스가, 전몰자 묘원 찾아 헌화…현직 각료 참배 2년 연속 줄이어
한국, 日정부 지도자들 역사 인식에 "깊은 실망과 유감"
日스가, 패전일 맞아 야스쿠니에 공물…아베는 또 참배(종합)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일을 맞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로 일본 자민당 정권의 인사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가해 책임을 외면하는 행보여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스가는 공물 바치고, 아베는 직접 참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작년 9월 취임 후 처음으로 맞는 패전일에 공물을 바치는 것으로 야스쿠니신사에 봉안된 영령들을 추모했다.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인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에 흰 종이를 단 것) 비용을 내는 형식이었다.

스가 총리는 취임 직후인 작년 10월 야스쿠니신사 추계 예대제(例大祭·큰제사)와 올해 4월 춘계 예대제 때도 참배하지 않고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직접 참배하는 것에 대한 외교적 부담을 고려한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바치는 자체도 침략전쟁을 이끈 전범들을 추모하는 성격을 내포하는 것이어서 한국과 중국에선 문제로 보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오전 야스쿠니 참배를 대신하는 성격으로 인근에 조성된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에 헌화했다.

이 묘원은 신원불명의 전몰자 유골을 안치한 시설이다.

日스가, 패전일 맞아 야스쿠니에 공물…아베는 또 참배(종합)
스가 총리의 전임인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이날 당당한 모습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작년 9월 퇴임 후 아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아베는 2차 집권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현직 총리로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 문제로 미국과도 한때 외교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이후 아베는 작년 9월까지 재임 기간에 봄·가을 큰 제사와 8ㆍ15 패전일에 공물 봉납으로 직접 참배를 대신했다.

8ㆍ15 패전일에는 이날 스가 총리가 한 것처럼 지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했다.

그러나 퇴임 후 사흘 뒤인 작년 9월 19일 참배한 이후로 한국이나 중국을 의식하지 않은 채 거리낌 없이 야스쿠니를 드나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총리직을 다시 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아베가 확실한 우익 지도자로의 위상을 굳히는 도구로 야스쿠니 참배를 이용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日스가, 패전일 맞아 야스쿠니에 공물…아베는 또 참배(종합)
◇ 스가 내각 각료와 집권 자민당 중진 참배 줄이어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올해 패전일을 맞아 야스쿠니로 달려간 스가 내각의 각료는 5명이다.

야스쿠니 참배의 '단골'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 이노우에 신지(井上信治) 엑스포담당상이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개별적으로 찾았다.

앞서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과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상이 지난 13일 참배했다.

아베 정권 시절에 총무상을 지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중의원 의원도 15일 참배 대열에 합류했다.

방위상을 지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와 외무부(副)대신인 와시오 에이이치로(鷲尾英一郎)도 개별적으로 참배했다.

이들은 모두 자민당 소속 중진 의원이다.

초당파 의원 조직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도 이날 참배를 강행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회장인 자민당 소속 오쓰지 히데히사(尾辻秀久) 전 참의원 부의장 등이 대표로 참배하는 형식이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정조회장도 이날 참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日스가, 패전일 맞아 야스쿠니에 공물…아베는 또 참배(종합)
◇ 일본 우익의 '성소' 야스쿠니, 주변국엔 '전쟁신사'
도쿄 지요다(千代田)에 세워진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213만3천 위는 일제가 '대동아(大東亞)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과 연관돼 있다.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해진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인 고이소 구니아키(小磯國昭·1880∼1950)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1978년 합사(合祀)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우익 진영에는 '성소'(聖所)로 통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었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사람들에게는 전범의 영령을 모아놓은 '전쟁신사'로 각인돼 있다.

야스쿠니에는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으로 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출신 2만1천181 위와 대만인 2만7천864 위도 본인이나 유족 뜻과 무관하게 명부로 봉안돼 있다.

이로 인해 야스쿠니신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영령을 한곳에 두고 추모하는 시설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日스가, 패전일 맞아 야스쿠니에 공물…아베는 또 참배(종합)
◇ 한국 정부 "참배 되풀이에 깊은 실망·유감"
한국 정부는 일본 각료들의 거듭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고 참배를 되풀이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하며 이러한 자세가 기반이 될 때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고 주변국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음을 지적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기시 방위상 등의 참배 사실이 알려진 뒤인 14일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