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5~7월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이 “모든 사법 절차에 불응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영장 집행 과정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13일 발부했다. 양 위원장은 5~7월 서울 도심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지난달 3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여 서울 종로 일대에서 집회를 벌였다.

경찰은 집회 책임자인 양 위원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양 위원장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6일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피의자 신문 없이 서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위원장이 지난 11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범죄 중대성,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 위원장을 실제로 구속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체포 피의자인 만큼 아직 신병 확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양 위원장은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며 올해 10월로 예고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수색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재 파악 등 영장 집행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정부와 노동계에선 경찰이 영장 집행에 나서면 노동계가 ‘노동 탄압’ 프레임을 내세워 정부와 각을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민주노총과 밀월 관계를 형성하다가 2019년 이후 최저임금 인상 등 몇몇 쟁점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양 위원장까지 구속되면 정부와 민주노총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정부도 민주노총과 처음에 우호적 관계로 지내다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관계가 악화됐다. 반대로 영장 집행이 늦어지면 보수단체 등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영장심사에 불출석한 양 위원장은 남은 사법 절차도 모두 불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구속영장 집행에 대비해 ‘양 위원장 사수대’ 구성과 본부 철야농성이 포함된 ‘영장청구에 대한 대응지침’을 지난 13일 간부들에게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한상균 전 위원장은 영장을 거부하고 조계사에서 한 달간 칩거하며 경찰과 대치한 바 있다.

양길성/곽용희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