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화이자와 모더나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접종자의 2차 접종일을 일괄 2주 연기하면서 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접종기관이 문을 열지 않는 추석 연휴 기간에 2차 접종일이 잡히는가 하면 질병관리청과 보건소가 서로 예약일 변경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도 발생했다.

1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화이자·모더나를 맞은 1차 접종자 일부는 2차 접종일이 추석 연휴인 다음달 18~22일 사이로 미뤄졌다. 모더나 백신 공급 지연의 여파로 방역당국이 mRNA 백신의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이 기간에 진료를 보지 않는 동네 병·의원 등 위탁의료기관이 많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방역당국이 접종기관과 상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약 날짜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화이자 1차를 맞은 A씨는 2차 접종일을 변경하기 위해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에 전화했지만, 질병청은 “예약일 변경은 보건소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해당 지역보건소에 다시 문의했지만 보건소 측에서는 “질병청이 예약 시스템상 일정 변경을 못하도록 막아놓은 상태”라고 했다. 서로 접종 변경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현장의 혼선이 커지자 방역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계 대표들과 미팅을 통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박혜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2차 접종 예약일이 휴진일인 경우 자동으로 접종일이 익일로 연기된다”며 “개인 사정으로 일정을 변경하고 싶은 경우엔 콜센터, 위탁의료기관, 보건소를 통해 접종 간격 5~6주 이내에서 예약 변경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1·2차 접종 간격이 6주를 초과하는 오류에 대해서는 “예방접종 시스템 개선을 통해 일괄 6주 이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주 안에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한 실무대표단을 미국 모더나 본사에 보낼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모더나 측으로부터 재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받아낼 것”이라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