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실질심사서 공개…北, '21대 총선 개입' 지시
국정원·경찰, 불구속 상태 피의자 소환 조사
"'간첩 혐의' 청주 활동가들, 지역신문 통해 北에 보고"(종합)
간첩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의 수사를 받고 있는 충북 청주지역 활동가들이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지역신문을 통한 보도로 북한에 수사 상황을 간접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청주지검은 이달 2일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F-35A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 등을 했다는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는 청주 활동가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정황을 밝혔다.

올해 5월 이뤄진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기존의 암호 프로그램을 이용한 대북 보고가 어려워지자 피의자 중 1명인 손모(47)씨가 운영하는 지역신문을 통해 북한에 수사 상황을 보고했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검찰은 "보도 형식을 빌려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통일전선부 문화교류국(옛 225국)에 자신들의 혐의 내용과 북한 공작원 신원노출 사실을 알렸다"며 "불구속 상태로 수사가 진행되면 수사상황을 계속 보도해 북에 알려줌으로써 증거인멸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청주지법은 4명 중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실제로 청주 활동가들은 올해 6월 '북한 공작원 이광진은 대북 공작조들이 조작한 유령' 등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공작원들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사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에 꽂아놓은 라인에서 전대미문의 실체 없는 정치논리로 공안탄압을 기획하고 있다"며 "청주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면담 요구서를 발송해 진상규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보 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들이 기사를 통해 북한 공작원의 이름을 노출한 데 대해 "수사가 조작됐고 자신들은 무고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내세우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고, 북측에 일종의 '시그널'을 보내 증거인멸을 꾀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간부와 면담한 뒤 그 내용을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이동식저장장치(USB)에는 "스텔스기 도입 반대에 관한 정책연대는 어렵지만, 남북교류 협력의 정책협약은 가능하다고 한다.

의원을 면담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대북 보고문이 저장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21대 총선을 10개월 앞둔 2019년 6월 지령문에서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참패로 몰아넣고 그 책임을 황교안에게 들씌워 정치적으로 매장해버리는 것을 기본 전략으로 틀어쥐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국정원과 경찰은 이날 피의자 중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씨를 소환해 범행 동기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는 수사당국이 공안 사건을 조작할 목적으로 강압적으로 참고인을 조사하고 불법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가공했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된 피의자들의 구속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202조에 따르면 경찰은 구속한 피의자를 10일 이내에 검찰에 송치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지만, 국가보안법 사건은 구속 기간을 10일 연장할 수 있다.

203조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된 피의자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뒤 10일 이내에 공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지만, 국가보안법 사건은 총 20일 연장이 가능하다.

국가보안법 사건은 수사 단계에서 최장 구속 기간이 50일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