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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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땀 분비는 체온 조절을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람의 몸은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분비하고, 이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내린다.

하지만 땀 때문에 여름철마다 고민이 커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다한증(多汗症)’ 환자들이다. 다한증은 말 그대로 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는 병이다. 피부가 습해지는 탓에 염증이 생기고 세균 감염으로 인해 악취가 나기도 한다. 심하면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준다. 다한증은 왜 생기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아봤다.

하루 2~5L 땀 흘리면 다한증

우리 몸에는 약 150만~4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이 중 대부분은 맑고 투명한 땀을 배출하는 ‘에크린 땀샘’이다. 에크린 땀샘은 입술, 손톱, 발톱, 생식기 등을 제외한 모든 부위에 퍼져 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흘리는 땀의 양은 많아봤자 1L 내외다. 이를 훨씬 넘겨 2~5L 정도의 땀을 흘린다면 다한증일 가능성이 높다. 수면 중엔 땀이 나지 않는 것도 다한증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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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불편을 겪는다. 손바닥에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면 물건을 집을 때 미끄럽고 타인과 악수하기도 꺼려진다. 피부가 습해지면서 접촉성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직업상 금속, 섬유 등을 다루는 일이 많다면 금속 성분과 땀이 섞여 피부염 발병률을 높인다. 발바닥에 다한증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발이 젖어 있어 냄새가 나거나 무좀, 소와각질융해증(발바닥 각질에 미세한 구멍이 생기면서 악취가 나는 병) 등에 걸릴 수 있다.

신진영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주위의 온도와 상관없이 유독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에 땀이 과다하게 분비돼서 땀이 흐르거나 젖어 있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 다한증이라고 진단한다”고 했다.

땀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다. 에크린 땀샘이 아니라 ‘아포크린 땀샘’에서 땀이 날 때다. 아포크린 땀샘은 지방산과 유기물질을 배출한다. 주로 겨드랑이, 배꼽 등에 많이 분포돼 있다. 아포크린 땀샘에서 땀이 나면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과 섞인다. 이 과정에서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분해되는데, 그러면서 노랗고 끈적끈적하며 악취가 나는 땀이 분비된다. 이른바 ‘액취증(취한증·臭汗症)’이다. 서양에선 액취증이 흔한 질병이지만, 한국인은 전체 인구의 약 10%만 액취증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액취증을 진단하는 법은 여러 가지다. 아침에 흰옷을 입고 난 뒤 저녁 무렵 겨드랑이가 노랗게 변해 있거나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액취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귀지가 끈적끈적하게 젖어 있거나, 향이 없는 휴지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운 뒤 5분이 지나고 나서 냄새가 밴다면 액취증을 의심해야 한다.

남자보다 여자가 액취증 발병률 ↑

다한증을 치료하려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한증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는 ‘1차 다한증’과 기저질환으로 인해 땀샘 질환이 동반되는 ‘2차 다한증’으로 나뉜다. 결핵, 갑상샘 기능항진증,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으로 인한 2차 다한증은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이들 기저질환을 치료하면 자연스럽게 다한증 증상도 사라진다.

이에 비해 1차 다한증은 특별한 질환 없이 유전적, 체질적으로 발생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땀 분비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교감신경절(교감신경계의 뉴런이 모여 있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땀샘을 자극하는 신경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되는 경우다.

가족력에 의해 발병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다한증 환자의 절반 이상이 가족력이 있었다. 액취증은 사춘기나 월경 직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포크린선 기능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또 남자보다는 여자가, 마른 사람보다는 체중이 나가는 사람이 액취증이 잘 발병한다.

증상 심하면 교감신경 잘라내야

치료 방법은 다양하다. 땀이 나는 부위가 크지 않다면 피부에 발라서 땀을 억제하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다. 염화알루미늄 성분이 에크린 땀샘을 일시적으로 막아 땀 분비를 줄이는 원리다. GSK의 ‘드리클로’, 광동제약의 ‘스웨클로’ 등이 대표적이다. 피부에 바르고 난 뒤 6~8시간 있다 물로 씻어내면 된다. 이 약은 수분과 닿으면 피부 따가움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땀이 비교적 덜 나는 취침시간대에 바르고 자는 것이 좋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피부 발진 등이 생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온몸에 다한증 증상이 나타나면 항콜린성 약물을 이용할 수 있다. 땀샘을 자극하는 아세틸콜린이 전달되는 것을 차단해 땀 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심박수 증가, 고열, 시야 흐려짐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증 근무력증, 마비성 장폐색 등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이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액취증이 심하면 제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털이 많을 경우 땀이 나는 부위에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 악취가 나게 된다. 제모를 통해 통풍이 잘되게 하면 그만큼 세균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 특히 레이저 제모를 하면 모낭이 파괴되면서 모낭 주위의 아포크린샘이 함께 없어져 땀 분비도 줄일 수 있다.

보톡스로도 치료할 수 있다. 땀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부위에 보톡스를 주사하면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한다. 피하조직에 보톡스를 소량 주입하는 간단한 시술이기 때문에 시술 시간이 짧고 곧바로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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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이 심하다면 교감신경 수술을 받아야 한다. 땀샘 신경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계를 일부 잘라내서 땀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손·겨드랑이 다한증을 치료하려면 흉부교감신경 절제술을, 발 다한증 환자라면 요추교감신경 절제술을 시행한다. 흉부교감신경 절제술은 수술 후 손과 겨드랑이 외에 다른 부위에서 땀이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부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요추교감신경 절제술은 보상성 다한증이 덜하다.

문덕환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요추교감신경 절제술은 심한 족부 냉증 및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