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전화 후 통신 두절돼 밤새 헤매다 13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

제주 곶자왈 숲길을 탐방하다 길을 잃은 관광객이 경찰 드론 수색을 통해 발견돼 무사히 구조됐다.

제주 곶자왈서 길 잃은 관광객, 경찰 드론 수색 23분 만에 발견(종합)
4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10시 1분께 한 남성이 119에 전화해 다급한 목소리로 '화순 곶자왈인데요'라고 말한 뒤 전화가 끊겼다.

이후 신고자의 전화기 전원이 꺼져 다시 통화가 되지 않자 경찰과 소방이 수색에 나섰으나 신고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에 이튿날인 3일 오전 경찰 드론팀이 현장 수색에 동참했다.

현장에는 이미 수색견과 인력이 투입돼 숲길을 따라 수색을 벌이고 있었지만, 숲이 우거진 곳이어서 진입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드론팀이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 영농 폐기물 집하장 서측을 수색 구획으로 정하고 드론을 띄워 수색을 벌이던 중 열화상카메라로 이상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고, 주간 카메라로 확대해 오전 10시 50분께 구조를 요청한 A(68)씨를 발견했다.

드론팀이 드론을 띄워 수색을 벌인 지 23분 만이며, 최초 신고 접수 후 약 13시간 만이다.

A씨는 상공에 떠 있는 드론을 보고 손을 흔드는 등 구조를 요청했고, 드론팀이 119구조대에 위치를 안내해 A씨를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다.

제주 곶자왈서 길 잃은 관광객, 경찰 드론 수색 23분 만에 발견(종합)
A씨는 다소 탈진하고 찰과상을 입기는 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119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오후 아내와 함께 곶자왈 숲길을 탐방하던 중 소 떼를 만나 피하는 과정에서 길이 엇갈려 아내와 헤어졌고, 길을 잃어 숲속에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A씨의 아내 B(68)씨도 당시 휴대전화를 갖고 있지 않아서 신고도 하지 못한 채 밤새 홀로 숲을 헤매다가 스스로 빠져나왔으며, 3일 오전 8시 44분께 구조대를 만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6월부터 운영 중인 제주경찰청 드론팀은 현재 수색용 드론 4대와 교육·훈련용 드론 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격증을 보유한 행정관 2명이 드론을 운용한다.

경찰 관계자는 "드론으로 험한 계곡이나 우거진 숲 등 사람이 직접 수색하기 어려운 곳까지 살펴볼 수 있어서 보다 효율적으로 수색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