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인기 아파트 色 달라…서울·부산·광주 특색 맞춰 디자인"
“서울 사람들이 아파트 리모델링할 때 고른 색과 부산 사람들이 고른 색, 광주 사람들이 고른 색 모두 다릅니다. 디자이너들은 며칠씩 현장을 방문해 각각에 맞는 색을 찾습니다.”

3일 서울 종로 삼화페인트 본사에서 만난 이상희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장(50·사진)은 “지역 특색과 입주민의 요청 사항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적의 색상 디자인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현재 외벽도장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목포법원 행복주택 사업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거주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회색을 바탕색으로 하고 황토색, 고동색, 쑥색 등 중저채도 계열로 세련된 이미지를 줬다”고 했다. 목포 시내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청년층의 주거불안정을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삼화페인트 색채디자인센터는 목포법원 행복주택 사업으로 공공주택 디자인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경쟁사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이 센터장은 20년 이상 컬러디자인 업무를 한 베테랑이다. 이화여대에서 생활미술학을 공부하고 홍익대 산업대학원에서 색채미술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화학소재 기업 등에서 컬러디자인 업무를 하며 한국산업기술대, 홍익대 등에서 색채학을 가르쳤다. 2016년 5월 삼화페인트 컬러디자인센터 부장으로 합류한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센터장은 “단순히 예뻐서 사용하는 색이 아니라 데이터와 이론이 더해진 색을 적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에 학생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색상과 소재, 마감(CMF·color material finishing)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색을 고른다고 했다. 건물에 적용되는 색을 제안할 때 주변 환경과 입주민 의견을 충분히 살핀다는 뜻이다. 이 센터장은 “아파트가 돋보이기를 원하는 입주민이 있는 반면 반대 경우도 있다”며 “수도권에서 인기 있는 색을 다른 지역 아파트 주민들에게 제안했다가 ‘너무 튄다’고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요즘 전국 공통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색에 대해 그는 “고급스러운 색감의 파란색과 어두운 회색을 같이 칠하거나 진녹색과 녹색, 연두색을 나란히 칠하는 디자인을 입주민들이 많이 고른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최근 명품브랜드 구찌가 서울 한남동 매장에 한국 전통 색동저고리를 연상케 하는 색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한국 문화의 위상과 영향력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며 “한국의 색을 재해석해 글로벌 트렌드로 이끌어 가는 데 힘을 더하겠다”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