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영상 요구하자 "기계 고장나 없다"…지자체 철저 감독 여론

"딸이 어린이집에서 남자아이로부터 추행을 당한 거 같으니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봤으면 합니다."

"저장 장치가 고장나 해당 날짜의 영상이 없다고 합니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A(5세)양의 아버지 B씨는 최근 "또래 남자아이에게 신체적 피해를 본 것 같다"며 구청을 통해 CCTV 열람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구청 관계자로부터 "기계 오류로 영상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A양의 부모는 지역 맘카페에 이러한 내용을 알리며 "영상이 처음에는 한달 정도 저장돼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일주일 것밖에 없다고 말하는 등 어린이집을 믿을 수 없다"며 "만일 큰 사고나 학대가 발생했다면 피해 부모는 CCTV 영상도 확보하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덕진구청이 B씨의 요청으로 해당 어린이집 보육실 CCTV를 확인해본 결과 최근 3일까지만 저장돼 있었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CCTV 영상 저장 기간이 60일로 설정돼있었지만, 기계 오류로 최근 사흘 외에는 영상이 저장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집에서 고의로 영상을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경찰에서 조사해보기로 했다"며 "(누군가) 영상을 삭제한 것이 확인되면 추가로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사람이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 보안을 위해 CCTV를 설치하고,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는 매년 1회 이상 CCTV 설치와 관리 실태를 조사·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부실한 CCTV 관리에 대해 최대 1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인 셈이다.

CCTV 설치는 아동학대 입증을 위해 도입된 만큼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유치원은 CCTV를 고의로 파손하고도 과태료만 내면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CCTV는 아동학대 입증의 중요한 증거인 만큼 어린이집이 자체적으로 저장·관리하는 대로 방치하지 말고 관리주체를 지자체로 바꾸거나 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