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2번 수상

이민 1.5세대…LA폭동 등 취재
은퇴 후 한국 문화·역사 알리미로
대장경·소싸움 등 영문 칼럼 소개
"북한 문화재도 널리 알리고파"
강형원 사진작가 "한국 문화 세계에 알릴 사진 찍으러 전국 찾아다니죠"

“35년간 북미 지역을 누비면서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죠. 백악관 사진기자를 하고 국제 통신사의 사진부장도 했지만 부모님이 주신 ‘강형원’이라는 한국 이름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한국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한국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강형원 씨(58·사진)의 이력서에는 누구나 알 법한 회사들이 등장한다. LA타임스, AP통신, 로이터와 같은 세계적 언론·통신사에서 근무한 것은 물론 미국 백악관 전속 사진기자까지 지냈다. 기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퓰리처상도 두 번 받았다.

일생을 북미에서 보냈지만 그는 작년 6월부터 한국에 머무르며 전국의 문화재를 사진으로 담고 있다. 외국인들은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 그를 부산에서 만났다.

강 작가는 이민 1.5세대다. 중학교 1학년 무렵인 1975년 부모님을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했다. 1986년 LA타임스에서 인턴,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진기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AP통신을 거쳐 2000년 백악관 사진부에 1년 정도 몸담았다가 로이터통신에서 2019년 은퇴할 때까지 근무했다.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지만 그는 한국과 인연이 많다. 기자가 된 후 이듬해인 1987년 한국에서 ‘6월 항쟁’이 벌어지자 그는 49일간 서울에 머물며 시위 현장을 취재했다. 1992년 LA폭동 사태 때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피해 상황을 생생히 전달한 공로를 인정받아 퓰리처상을 받았다.

“한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걸 눈 뜨고 볼 수만은 없어서 손을 들었습니다. 너무 위험해서 소방수조차 오지 못해 화재가 계속 번지는 아수라장이었죠. 폭도들이 카메라를 뺏으려고 위협한 적도 있었고요.”

작년 한국으로 돌아온 강 작가는 전국을 돌며 한국 문화유산들을 사진과 함께 영문 칼럼으로 담아내고 있다. 성덕대왕신종, 팔만대장경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문화재는 물론 제주 조랑말, 한지, 청도 소싸움도 그에겐 작품 주제다. 홀로 활동하다 보니 몇 달마다 거처를 옮기며 생활하는 것은 그에겐 이미 일상이다.

왜 은퇴 후의 ‘한적한 삶’을 택하지 않았을까.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에서 ‘한국 문화’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영문 자료가 너무 부족해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대학 시절 동아시아를 연구한 정치학과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한국에 대해 질문했는데 ‘나는 한국을 잘 모른다’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죠. 여전히 미국인 대다수는 한국 문화를 잘 몰라요. 제 아들과 같은 이민 3, 4세대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사진으로 한국 문화를 담아내야겠다고 결심했죠.”

강 작가의 다음 목표는 북한의 문화재를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이성계가 머물렀다는 함흥본궁을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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