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코로나 학번’인 한양대 1학년 박모씨(19)는 이번 여름방학에 ‘반수’(대학에 다니면서 다시 대입을 준비하는 것)를 시작했다. 박씨는 “2학기도 사실상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될 것 같아 반수 준비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며 “목표는 약대이지만, 약대가 아니어도 더 좋은 학교에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약대 선발 인원이 늘어나고 코로나19로 인한 대학의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수능 ‘반수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중심의 정시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이투스 계열 강남하이퍼기숙학원과 강남하이퍼기숙 의대관의 반수생 인원은 예년보다 2배 안팎 증가했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학원 12곳의 ‘재수종합반’ 등록생이 전년 대비 3배, 종로학원은 반수 등록생이 2배 불어났다. 이투스 관계자는 “전체 반수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 재학생 비율이 작년에 비해 1.8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입시전문가들은 반수생이 늘어난 첫 번째 이유로 의약대의 학부생 모집 인원 증가를 꼽는다. 2022 대학별 전형계획에 따르면 건국대(글로컬) 의예과 신설로 의대 39개교 정원 내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36명 늘어난 3013명이 됐다. 소위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의 정원 내 모집 인원(6608명)은 전년도(4829명)보다 1779명(36.8%) 불어난 상황이다.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인원 비중도 37.6%로, 8.6%포인트 증가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 온라인 강의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반수생이 증가한 데에는 코로나19로 불안감을 느낀 직장인들의 ‘수능 도전’도 한몫했다. 이들은 대학 재학 중인 다른 반수생들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의약계열 진학을 꿈꾸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능에 응시하는 고3 학생들은 올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학교·학원에서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상대적으로 재수·반수생들이 유리한데, 이들의 숫자도 늘어나 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