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이 세 들어 있는 곳을 건물주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해 얻은 이익은 누구 몫일까. 법원은 세입자의 전대 행위로 건물주의 임대료 수입이 감소하지 않았을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전대 수익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구고법 민사3부(진성철 부장판사)는 건물주 A씨가 임차인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건물주 A씨는 2011년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을 받는 내용으로 B씨와 임대차 계약을 했다. 계약서에는 ‘A씨 동의 없이 임차 물건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하지만 B씨는 A씨 허락 없이 본인이 내는 임차료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조건으로 일부를 C씨와 D씨에게 임대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한 것이 발각돼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로 벌금 3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B씨의 불법 행위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2019년 위자료 400만원을 받아내는 등 일부 승소했다. A씨는 이어 “B씨가 2011~2018년 전대 금지 조항을 어기고 얻은 2억3000여만원이 부당이득인 만큼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도 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의 전대 행위로 원고 임대료 수입이 감소하지 않은 만큼 손해 발생을 전제로 한 A씨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낸 예비적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고의 전대 금지 조항 위반으로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