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노동단체 "원청·하청업체 대표 처벌 미흡" 주장
경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못 하고, 관련법 상 행정처분 대상"
철거건물 붕괴 "꼬리자르기식 수사" 비판…경찰 "최선 다했다"
경찰이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꼬리자르기식, 원청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은 "가능한 형사처벌을 모두 검토한 결과"라며 "분노는 이해하지만, 법의 범위를 넘어서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29일 오전 광주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일 만에 발표한 광주경찰청의 중간 수사 결과는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꼬리자르기식 부실 수사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광주시당도 전날 논평을 내고 "붕괴사고의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 할 원청업체에 면죄부를 주는 수사 결과 발표를 규탄한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 원청(시공사) 측 불구속 수사 또는 미처벌 ▲ 하청업체 대표 불구속, 현장 관계자만 구속 수사 ▲ 원청에 대한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 등 행정처분 등을 비판했다.

그러나 경찰은 "원청과 하청업체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붕괴 사고 책임자 규명 관련 총 9명을 입건해 5명을 구속했다.

입건자들은 원청(시공사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안전부장·공무부장, 하도급업체 2곳 현장관리자, 재하도급업체 대표(현장 작업자), 감리자, 공무원 등 9명이다.

이중 원청 현장소장, 하도급업체 현장관리자 2명, 감리자, 재하도급업체 대표 등 5명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나머지는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다.

철거건물 붕괴 "꼬리자르기식 수사" 비판…경찰 "최선 다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의 본사 측 관계자인 안전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하청업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도 시도했지만, 철거 현장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영장이 청구되진 못했다.

구속영장을 받아내진 못했지만, 원청과 하도급업체 대표 등에 대해서도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 송치할 예정이라고 경찰은 강조했다.

수사 결과 현대산업개발 측이 불법 재하도급을 인지하고 묵인한 정황도 밝혀냈지만, 건설산업기본법상 원청이 불법 재하도급 지시·공모하지 않았으면 형사 처벌할 수 없는 법 규정에 부닥쳤다.

불법 재하도급을 원청이 묵인했거나, 현장 근로자의 소속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는 과태료나 벌점 처분만 가능하다.

시공사의 대표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도 했지만, 그가 현장의 불법행위를 지시 또는 인지했거나, 보고 받았다는 증거가 없어 입건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이라 이번 사고 처벌에 적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지만, 최근 정부 제정 시행령안으로 보면 현행 중대 재해 처벌법이 적용되더라도 처벌은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중대 시민 재해의 범위 등도 구체화했는데, 건물 철거 현장은 공중이용시설에 포함하지 않아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원청을 비롯한 붕괴 사고와 관련 모든 책임자를 성역 없이 처벌하도록 노력했으나, 수사기관이 법을 뛰어넘는 처벌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그러나 업체 선정 과정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있으니, 철저히 수사해 원청이나 하도급 업체 대표의 혐의도 철저히 규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철거건물 붕괴 "꼬리자르기식 수사" 비판…경찰 "최선 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