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합포럼 세미나…"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은 한국이 유일"
산업계 "韓 부당노동행위 처벌 수위 높아…제도 개선 필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우리나라의 처벌 제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엄격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산업계의 주장이 나왔다.

이웅재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연구원은 29일 '부당노동행위 처벌제도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제1회 한국산업연합포럼 온라인 공개 세미나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하게 엄격한 처벌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당노동행위는 노조법상 보호되는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사용자가 방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연구원은 "부당노동행위가 명시적으로 법제화된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이 있지만, 미국과 일본의 경우 처벌이 아닌 노사관계 회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 제도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 금지 규정을 위반할 경우 노동자의 기소를 통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노동위원회나 행정소송에서 확정된 구제 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적인 구제 절차가 마련돼 있어 이중 처벌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은 사전적으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 명령을 행정위원회에 신청하고, 행정위원회가 내린 구제 명령을 법원이 확정하는 구조다.

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어 우리나라보다 처벌 수위가 약하다.

이 연구원은 "현행 부당노동행위 처벌 제도로 인해 기업인들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 기업이 한국의 사업 파트너가 전과자임을 알고 공동사업을 기피할 경우 투자가 위축되고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쟁의로 인한 한국 기업들의 노동 손실일수는 41.8일로 일본(0.2일)의 209배, 독일(4.3일)의 9.7배, 미국(6.7일)의 6.2배, 영국(19.5일)의 2.1배, 프랑스(40일)의 1.06배에 이른다고도 덧붙였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우리 노동관계법은 '해태', '불이익' 등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하며 지나치게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당사자간 자율적 해결'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계 "韓 부당노동행위 처벌 수위 높아…제도 개선 필요"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처벌 강도도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독일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3만 유로 이하의 벌금, 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위반시에도 독일과 일본은 각각 50만 유로와 50만엔의 벌금형만 있을 뿐이지만, 우리나라는 3년 이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부당노동행위 처벌을 규정한 노조법 제90조를 폐지하고 제89조에 규정된 구제 명령 위반의 처벌 수위를 과태료 처분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