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인 강난희 씨가 한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1주기 추모제가 열린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인 강난희 씨가 한 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와 가족을 대리해 모 언론사 기자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힌 정철승 변호사가 29일 "고 박원순 시장이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모 기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피해자 여성의 주장으로는 박 시장은 강간이나 강제추행 같은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 성희롱 여부가 문제 되는 행위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폭력이란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신체적 ·언어적 ·심리적 폭력을 뜻하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모든 가해행위를 포함하는 용어다.

정철승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 씨와 나눈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사자 명예훼손죄는 유족이 고소를 제기해야 하는데 괜찮으시겠나,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결과도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무척 힘드실 수 있다"고 설명하자 강 씨가 "언젠가 때가 올 거로 생각하고 기다려왔다. 정 변호사님이 하자고 하면 하겠다. 정 변호사님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대기업 임원으로 있는 친구에게 ‘여비서를 두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여성과의 성폭력 문제 등을 피하기 위한 펜스룰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비서가 여비서라서 생긴 범죄가 아니라 박원순이 성추행을 해서 생긴 범죄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직권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3월 그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A 씨의 주장 중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다.

인권위 익명결정문에서는 2016년 7월~2020년 2월 박 전 시장이 A 씨에게 늦은 밤 텔레그램으로 "좋은 냄새 난다, 킁킁"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늘 내 옆자리에서" 등 부적절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인정했다.

또 박 전 시장이 A 씨에게 러닝셔츠 입은 셀카 사진,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 등을 보냈고 네일아트한 A 씨 손톱과 손을 만진 게 사실이라고 봤다.

다만 박 전 시장이 "호 해준다"며 A 씨의 무릎에 입술을 대고 성관계 방법을 설명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의 정신과 상담 기록지에는 "집에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나 별거 중이야", "성행위를 알려주겠다" 등의 내용도 담겨있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 밖에 참고인들이 A 씨로부터 "(박 시장이) 오늘은 비밀채팅 거셨더라고요, 이상하긴 하지만...", "시장님이 저를 여자로 보시는 것 같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도 확인했다.

인권위는 "박 시장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다른 성희롱 사건보다 사실인정 여부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면서도 "박 시장의 행위는 피해자에게 마음의 상처, 분노, 불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은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피소당하자 지난해 7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측근에게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피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