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증설 절실하지만, 주민들 혐오시설 반대에 곳곳 추진 난항
하남시, '소각장 같지 않은 소각장'으로 주민 마음 얻어…충분한 보상도 필요
전문가들 "설득과 동의 거쳐 주민들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쓰레기 대란 / 연합뉴스 (Yonhapnews)
[쓰레기 대란]④ '님비' 비판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 꾀해야

탐사보도팀 = "폐기물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만큼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반시설도 늘어야 하는데 주민 반대로 인해 인허가가 나지 않다 보니 어려운 현실이죠."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
"(파주시 신규 소각장 추진 계획이) 주민 의견이나 반발에 따라 목표 기한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 (김부전 파주시 자원순환과 환경시설팀장)
"처리시설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을 통해 주민들에게 신뢰를 줘야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 (김추종 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

◇ 쓰레기 '태워야' 하지만…소각장 증설, 주민 극심한 반대에 직면
현재 세계적인 쓰레기 처리 추세는 '4R'이다.

쓰레기를 '줄이고'(Reduce), '재사용하고'(Reuse), '재활용하고'(Recycle), 불필요하거나 환경 부담이 큰 제품 구매를 '피하는'(Refuse) 것을 말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소각'이다.

가연성 폐기물은 묻지 않고 태워야 한다.

환경 선진국들은 쓰레기 소각률을 최대한 높여 매립률을 낮췄다.

스위스는 지난 2015년 쓰레기 매립률 '0%'를 달성했고, 일본은 2019년 생활폐기물 직매립률을 1%대로 낮췄다.

쓰레기 소각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각장을 증설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혐오시설을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일 약 3만t의 폐기물이 직매립된다.

1년이면 무려 1천100만t에 달한다.

이를 소각하면 부피를 80∼90%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소각장 증설은 곳곳에서 벽에 부딪혔다.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증설은커녕 기존의 소각장마저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압력에 시달린다.

[쓰레기 대란]④ '님비' 비판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 꾀해야

경기 수원시는 20년 운영한 소각장 보수 작업을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맞닥뜨렸다.

주민들은 보수 작업 반대는 물론 소각장 이전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부천시는 대장동 자원순환센터 소각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현대화·광역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인접한 인천시 부평·계양과 서울 강서지역 쓰레기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주민 반대에 부딪혀 추진이 중단됐다.

순천시는 600억원의 인센티브 지급을 약속하고 구상·건천 마을에 소각장 및 재활용 시설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역민뿐 아니라 인근 광양시민들까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광주시도 자체 소각시설을 추진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행정소송에 직면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매립지와 소각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며 "쓰레기 처리 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집 앞에 쓰레기가 쌓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배달문화 확산 등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많이 늘어나 쓰레기 처리 시장에 '과부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각장 등을 늘려야 하는데 님비 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님비' 비판만으론 문제 해결 못 해…'소각장 같지 않은 소각장'으로 주민 마음 얻어
소각장 증설 등이 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이를 '님비' 현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자신이 사는 곳 인근에 쓰레기 소각장 등이 들어서는 곳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에 님비 현상을 극복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기 하남시 신장동에는 종합 쓰레기 처리시설 '유니온파크'가 있다.

유니온파크는 주민 반대에 가로막힌 쓰레기 처리시설 조성의 대안으로 꼽힌다.

전국 지자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온다.

[쓰레기 대란]④ '님비' 비판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 꾀해야

지난 2014년 2천7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유니온파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공원의 모습이다.

하수를 내보내는 펌프장과 쓰레기 소각장, 재활용 및 음식물 압축시설이 모두 지하에 있다.

지상에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물놀이시설, 산책로, 전망시설 등이 조성됐다.

유니온파크를 건설할 때도 주민들의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남시는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15차례 협의 과정을 거쳤다.

소각장 등 모든 쓰레기 처리시설을 전면 지하화하는 혁신적인 안을 내놓으면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다른 지자체들은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하남시 유니온파크를 보고 오라"고 권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견학을 다녀갔다.

다녀온 이들은 '소각장 같지 않은 소각장'에 감탄한다.

하남시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가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주민들이 큰 불편 없이 지낸다"며 "외관상으로는 쓰레기 처리 시설인지 알 수 없는 데다, 공원과 녹지공간 등이 있는 쾌적한 공간이라 유니온파크를 본 이들은 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배재근 서울과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주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유니온파크 사례처럼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지역사회 활성화에 도움이 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환경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오염물질을 엄격히 관리한다는 것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남시 관계자는 "배출가스가 내부에서 정화돼서 나오기 때문에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은 기준치보다 한참 낮다"며 "쓰레기 처리 시설이 주민들의 건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편의시설 조성 등 충분한 보상도 요구된다.

[쓰레기 대란]④ '님비' 비판 아닌, '발상의 전환'으로 문제 해결 꾀해야

경상북도는 2010년 북부권 11개 시군의 생활·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안동시에 설치하는 것을 계획했다.

이때 쓰레기 처리 시설에 여러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경북도는 2019년 생활 쓰레기 390t과 음식물 쓰레기 120t을 소각할 수 있는 환경에너지종합타운 '맑은누리파크'를 세우면서 지역홍보관, 별자리 관측 및 전시시설, 북카페 등을 갖춘 전망대를 설치했다.

주민 요구를 추가로 수용해 올해 하반기에는 수영장, 헬스장, 찜질방 등의 편의시설도 짓는다.

맑은누리파크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시설을 표방한다.

환경오염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대기오염물질 측정값(TMS)을 정문 전광판을 통해 공개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 민원도 있었지만, 폐기물 처리시설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는 요구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주민들과 협의해나갔다"고 전했다.

이승희 경기대 융합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소각장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지역사회에 일정 부분 환원하고,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인프라를 건립해주는 등 주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탐사보도팀: 권선미·윤우성 기자, 정유민 인턴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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