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센터 강간 사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남편 "10살 어린 대표가 수차례 아내 강간"

상대男 "바람 피운 아내, 성폭행 피해자 둔갑"
"4억 합의금 주지 않으면 경찰신고…협박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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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 우리 가정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세 아이를 둔 아빠가 아내를 강간한 회사 상사를 엄벌에 처해 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자신을 사회복지사 남편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아내보다 10세 연하의 복지센터 대표 B 씨는 지난 4월 초부터 자신의 권한을 이용, 위력을 행사하여 아내를 여러 차례 강간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이 사건으로 극도로 우울해진 아내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저와 아직 초등학생인 세 아이까지 큰 충격을 받았고, 평화롭던 저희 가정은 한순간에 지옥이 되고 말았다"면서 "한 달째 직장 출근도 포기한 채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고 아이들은 혹시라도 엄마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불안에 떨며 수시로 목놓아 울어댄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 망나니의 썩어빠진 욕정 때문에 어린 자녀들까지 우리 가족 모두가 끝없는 어둠으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아내는 ○○경찰서에 가해자인 대표를 고소하고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여 여성의 권익을 증진할 책무를 가진 여성가족부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당 복지센터와 B 씨를 엄히 처벌하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분개했다.
"아내 강간당해 지옥 같은 생활"…성폭행인가 불륜인가 [법알못]

하지만 몇 시간 후 당사자 B 씨로 추정되는 이가 해당 커뮤니티 글에 댓글을 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B 씨는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으나 불가피하게 방어 차원에서 올린다"면서 "연애 중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이나 카톡 대화 내용은 아이들이 어린 그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도 제공하지 않았는데 더는 참을 수가 없다. 허위 사실로 무고한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바람 피운 아내를 성폭행 피해자로 둔갑 시켜 거액(4억)의 합의금 요구한 사건이다"라고 맞받았다.

B 씨의 주장이 담긴 글에 따르면 A 씨와 아내 C 씨는 지난 6월 25일 밤 전화를 걸어와 "합의금 4억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범으로 고소하고 국민신문고 등 관계기관에 진정하고 당신 결혼식장에도 찾아가서 평생 망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B 씨에 따르면 협박에 응하지 않자 A 씨와 C 씨는 B 씨를 경찰서에 성폭행범으로 고소했고 언론에 제보해 지난 20일 MBC 뉴스로 다뤄졌다.

이어 2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동의자 수가 늘지 않자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청원 독려 글을 올렸다는 것.

B 씨는 "C 씨는 대부분 저에게 먼저 카톡을 보내고 애정표현이 많았으며 일요일에도 심심하다고 연락하곤 했다"면서 "6월 24일까지 카톡을 주고받았음에도 그날 밤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알렸다. 인간적인 배신감과 억울함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라며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강간 범죄가 아니고 불륜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A 씨는 재반박 댓글을 통해 "(B 씨가) 1월부터 제 아내에게 고백했고, 아내가 이를 알렸고, 3월에 직접 만나 '유부녀 건들지 말고, 내가 브레이크 걸어줄 때 잘 잡으라'고 했다"며 "그 후로도 당신은 멈추지 않았고, 4월부터 저항하는 아내에게 좁은 차 안에서 몹쓸 짓을 저지르기 시작했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폭행과 억울한 무고에 대해 법률적 판단은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예정이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법조계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남녀 간의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관계인지 아니면 폭행, 협박, 위력으로 인한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한 성폭행인지 여부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형법상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하여 부녀를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간음을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297조)"라면서 "기존의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구타한다거나 위협하는 행동을 해서 피해 여성이 도망가거나 구조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야 강간죄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은 강간죄에 대해서는 실무에서는 쉽게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가 항거가 불능상태에서 관계를 해야 하는데 수사 과정이나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이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심한 폭행이나 협박이 없거나 피해자가 쉽게 도망가거나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라며 "헌법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제27조 제4항)고 했고, 형사소송법도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제275조의2)고 규정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틴어 법언에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존재한다"라면서 "법관이 유죄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 의심 (reasonable doubt)의 여지가 없는 개연성이 있어야만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형사법의 대원칙에 의하여 그동안 애매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에게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변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성범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유죄로 수사하고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판결들은 강간죄에 대해서는 그 형량도 높아졌고 처벌 대상이나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피해자의 성 인지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하여 성폭행 여부 판단은 '피해여성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고 언급한 판결이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 2012.7.12. 선고 2012도4031)"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간혹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려서 큰 곤욕을 치른 사람들이 있다. 성범죄자라면 당연히 중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멀쩡한 사람을 성범죄로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는 일도 한사람의 인생과 가족을 파멸시키는 중한 범죄로 무고죄로 처벌된다 (형법 제156조)"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사건에서 남녀 모두가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성관계 전후 사정을 알 수 있는 여러 정황이나 사실들이 증거가 될 수 있다"면서 "녹음, 증인 진술, CCTV, 차량 블랙박스, 문자, 카톡, SNS 대화 내용 등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남녀 모두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진실이 승리하는 것이 바로 정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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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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