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관장 역할이 가장 중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
구성원 근본적 인식 변해야…"현실적인 성범죄 교육 필수"
성범죄 사건 이후 피해자 일상 복귀는 '요원'…대책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 이후 수많은 피해자는 여전히 외부 시선, 회사 압력 등으로 인해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에 이어 2차 가해를 당한 부산정보산업진흥원 피해자 역시 1년 넘게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도적 미비로 인한 구조적 문제와 성범죄에 대한 사내 구성원들의 인식 부족 탓이 크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무엇일까.

◇ "사내 성범죄 대책 마련 핵심은 기관장 역할"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사내 구성원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관장이기 때문에 사건 발생 시 기관장의 문제 해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주변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때 기관장이 성범죄를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만으로 피해자가 돌아갈 수 있는 사내 분위기가 형성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기관일수록 피해자의 일상 회복은 당연히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산업진흥원처럼 기관장이 피해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2차 가해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언론 대응이 들어가자 뒤늦게 사과문을 올린 곳에서는 사내 분위기가 바뀔 수 없다"며 "기관장의 변화 의지가 없는 것을 사내 구성원들도 느끼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는 것 역시 기관장의 몫이다.

◇ 일상 회복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 절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병가 휴직의 경우 최대 2개월 사용할 수 있다.

정다운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관은 "2개월 기간 동안 피해자는 완전히 피해를 복구하기 어렵다"며 "2개월마저도 무급으로 휴직해야 하는 곳이라면 피해자가 휴직을 연장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에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관장이 문제 발생 시 제대로 사후 처리를 수행하는지 평가하기 위해선 상부 기관의 감시가 뒷받침돼야 한다.

오거돈 성범죄 사건 이후 시는 공공기관 평가 기준에 횟수 무관 성 비위가 발생 시 감점을 부여하고, 이후 사후처리에 따라 가점을 매기는 요소를 포함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자체 여부를 평가 요소에 넣으면 오히려 공공기관에서 이를 쉬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후처리 방식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여성회 관계자는 "회사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사건을 처리했는지 끝까지 살펴보고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오히려 사건 발생에 대해 감점을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 구성원의 근본적 인식 변화 필수…교육 뒷받침돼야
기관장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내 구성원이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은 여론과 상부의 '눈치 보기'가 아닌 인식 변화를 통해 개선돼야 한다.

인사상 불이익 등 겉으로 보기엔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 말투나 업무 배분 등 생활 업무 속에서 피해자가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성희롱, 성폭력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집체교육 방식으로 의무적, 형식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원, 중간 관리자, 고위 관리자 등 직급과 역할에 따라 어떻게 범죄가 발생하는지 교육하고,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등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연구관은 "결국 구성원 인식을 바꿔 조직문화가 개선돼야 할 문제"라며 "성희롱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근본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회사에 돌아온 피해자를 대하는 방법 역시 결국 교육을 통해 배워야 한다.

정 연구관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주변인들은 사건이 어떻게 해결됐는지도, 피해자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도 되물어서는 안 된다"며 "뭣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잘해주려다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안겨줄 수 있으니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