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전국 검찰청에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부동산시장 질서 교란 사범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전국 검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 등은 최근 5년간 공인중개사법 위반 사건 등 관련 사건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뚜렷한 실체도 없는 부동산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또다시 검찰 수사력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집값 급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정부 정책 실패가 아니라 투기꾼으로 돌리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이어 대검도 수사

대검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고 “부동산 투기 사범에는 무관용 원칙을 갖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지난 22일 부동산 거래 허위 신고에 대한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3일 만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정부에서 작심하고 조사한 결과가 신통치 않자 검찰에 추가 수사를 시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작년 2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주택 거래 71만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실거래가 띄우기로 의심되는 건 12건에 불과했다. 이를 포함한 법령 위반 의심 사례는 총 69건이었다. 전체 거래 건수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준(0.009%)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소위 실거래가 띄우기 실제 사례를 최초로 적발했다”며 강조하고, 같은 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민적인 공분이 매우 크기 때문에 엄정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조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정부와 서울시가 80억원의 신고가를 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7차’ 아파트(전용면적 245㎡)에 대한 실거래 조사를 벌였지만 자전거래로 의심할 만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근절은 필요하지만 실거래가 조작을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건 확대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수사 실효성 ‘논란’

실거래가 띄우기는 아파트를 고가에 계약했다고 허위 신고해 시세를 높이는 수법을 가리킨다. 정부가 지목한 부동산시장 ‘4대 교란 행위(내부 정보 이용 투기, 담합, 불법 전매 및 청약)’ 중 하나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거래가 띄우기가 실제 있다 해도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보단 부동산 중개업소와 지인 몇 명이 하나의 물건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진행한다”며 “검찰이 수사한다 해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대검은 지난 3월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협력단’을 설치하고, 전국 43개 검찰청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집중 수사를 했다. 대검에 따르면 검찰은 전담수사팀 구성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 불법 다단계 기획부동산 업체 등 79명을 인지하고 16명을 구속하는 한편 범죄 수익 282억원을 보전 조치했다. 검찰은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협력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일명 ‘강사장’ 등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현직 직원 2명을 비롯해 부동산 투기 사범 총 37명을 구속했고, 범죄 수익 793억원을 보전 조치했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택 시가총액이 1700조원 넘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검찰과 경찰, 국토부까지 전방위적으로 나서 적발한 범죄 혐의는 ‘새 발의 피’ 수준”이라며 “집값 급등의 원인을 정책 실패가 아니라 극소수의 투기세력에서 찾으려 하니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