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핵심 복지정책인 안심소득의 실험 방향을 틀기로 했다.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실험 대상 범위를 조정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어 취약계층의 소득을 더 보전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 실험 대상을 소득하위 25%(중위소득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심소득은 오 시장이 오랫동안 연구해 온 복지 아젠다로, 중산층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이 적을수록 많이 지원하고 소득이 늘어나면 지원금을 줄이는 선별 복지제도다.

당초 오 시장이 구상한 안심소득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였다. 내년 서울시에서 구현할 안심소득 실험에선 소득 기준선을 당초 구상의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월 소득 487만원 이하에서 244만원 이하로 실험 대상이 축소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심소득 자문단 회의에서 격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안심소득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항하는 보수진영의 대표적 복지 제도인 만큼 중산층까지 폭넓게 지원하는 원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커진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결국 오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양극화를 고려하면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층 전체를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중 기존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는 대상은 23.2%에 불과하며,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은 약 89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안심소득을 지급할 기준소득 상한선을 낮추는 대신 실험 가구 수를 당초 200가구에서 500가구가량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1000가구는 비교군으로 별도 선정해 안심소득 지급 대상과의 차이를 분석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은 4차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 손바뀜에 대비한 미래형 복지 시스템을 설계하는 정책 실험이 될 것”이라며 “안심소득 자문단 회의를 거쳐 결정된 시범사업 설계도의 세부 내용을 가다듬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