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청구인이 주장하지 않은 재심은 심리할 수 없어"

재심에서 청구인이 주장하지 않은 공소사실까지 재판부가 직권으로 다시 심리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반공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A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반공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1975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교제하던 여성에게 "한승헌 변호사를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해 사회에서 매장하려고 한다", "공산주의 이론은 좋은 것이다" 등을 언급해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와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A씨에 대한 혐의를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확정됐다.

하지만 2013년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9호가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75년 5월 제정된 긴급조치 9호는 유신 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했다.

검찰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처벌받은 A씨의 재심을 신청했고, 지난 2월 재판부는 검찰이 재심을 신청한 긴급조치 9호 위반 부분 외에 반공법 위반 혐의까지 심리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심의 심판 범위는 재심 개시 결정 당시 재심사유가 인정된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재심 법원의 심리 과정에서 재심사유가 추가로 발견된 범죄사실에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청구인이 재심을 주장하지 않은 반공법 위반 부분은 재심 재판부가 다시 심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반공법 위반 부분을 다시 심리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재심의 심판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원심의 반공법 위반 부분의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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