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사들에 대한 23일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계기로 디스커버리자산운용과 이 회사 장하원 대표를 본격적으로 겨냥할 전망이다. 경찰은 지난 5월께 디스커버리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 중단 사태 피해자 등으로부터의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가 아니라 인지 수사란 얘기다. 장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사 사건을 두 달 만에 강제 수사로 전환한 만큼 상당한 증거 자료를 확보해 장 대표를 정조준한 것 아니냐는 게 금융투자 업계의 관측이다. 경찰은 판매사 압수수색을 통해 디스커버리운용이 손실 위험성을 알면서도 가입자들에게 이를 제대로 고지했는지, 알면서도 부실 운용을 한 것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장하성 펀드’로 인기

장 대표는 2016년 자본금 25억원으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을 설립했다. 이후 2019년 이 운용사가 운용한 사모펀드에 대한 부실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졌다. 미국 자산운용사 다이렉트랜딩글로벌(DLG)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한 미국 핀테크대출채권 펀드가 환매 중단된 것이다.

그해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 펀드를 운용하던 다이렉트랜딩인베스트먼트(DLI)가 펀드 운용 과정에서 수익률 등을 허위 보고한 사실을 적발하고 자산을 동결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듬해엔 미국 부동산대출채권에 투자하던 펀드에서 900억원 안팎의 환매 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디스커버리펀드 부실화로 국내 투자자가 입은 피해는 올 4월 말 기준 2562억원(미상환액)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3612억원,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3180억원어치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어치가 환매 지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경우 환매 지연액 기준으로 240억원어치의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부동산대출채권펀드 650억원어치도 환매가 중단됐다. 이들 펀드는 판매 당시 장 대표의 형인 장하성 주중 대사의 명성을 빌려 ‘장하성 펀드’로 유명해졌다.

판매사들 압력 느꼈나

향후 장 대표가 친형인 장하성 대사를 통해 판매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경찰 수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그간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한 사실을 두고 장 대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줄곧 제기돼왔다.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17년 상반기만 해도 수탁액이 5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디스커버리펀드는 장 대사의 청와대 근무 시기(2017년 5월~2018년 11월)에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장 대사가 정책실장으로 부임하기 전인 2017년 4월부터 상품을 판매해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관계자는 “당시 판매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모두 ‘장하성 동생이 운용하는 펀드’라고 안정성을 강조하며 영업했다”고 주장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