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힘 있는 문장은 어디서 나오나?
신문언어가 이 땅에 선보인 지 벌써 12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한글 전용으로 발행된, 최초의 민간 일간지 독립신문이 1896년 창간된 것을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그 오랜 세월 저널리즘언어는 간단없이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에 비해 독자들의 ‘신문언어 독법(讀法)’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판단어법과 전달어법의 차이 이해해야

지난 호들에서 소개한 ‘단어의 선택’도 실은 신문언어를 읽는 여러 기법 중 일부에 해당한다. 저널리즘언어는 계도성, 규범성 등 공공재로서의 특성을 띠기 때문에 일상의 언어와는 좀 다른 측면이 있다. 그중 전달어법과 판단어법에 대한 이해는 독자들이 신문언어 독법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편의점 매출은 2012년 10조9000억원으로 처음 10조원을 넘어선 뒤 4년 만인 올해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편의점 업계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시장 상황을 전한 기사의 한 대목이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이 흘려보내기 십상인 문장이다. 하지만 서술어 ‘예상된다’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글쓴이가 판단하고 규정하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판단어법). 신문언어에서, 특히 뉴스를 전달하는 언어는 객관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문장 형식 중 하나가 인용하는 어법을 취하는 것이다(전달어법). 가령 “편의점 매출은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처럼 쓰면 된다. 이를 “업계에서는 편의점 매출이 ~것으로 예상한다”처럼 써도 좋다.

판단어법으로 쓸지, 전달어법으로 쓸지는 결국 그동안 우리가 살펴온, ‘누구의 말’로 전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글쓴이가 단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주의/주장이 담기는 논설이나 칼럼 등에서 쓰는 ‘작법(作法)’이다. ‘사실’을 담는 뉴스문장에서는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다.

주체 드러내 능동문으로 써야 우리말다워

신문언어에서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로 보인다’다. 일각에서는 영어식 피동표현이니 쓰지 말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말이 대표적인 판단어법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글 쓰는 이도, 독자들도 예리하게 살펴봐야 한다. 예문을 통해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알아보자. ①부동산 대출은 연말까지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전망된다). → ②부동산 대출은 ~것이란 전망이다. → ③부동산 대출은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④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출이 ~것으로 전망했다.

①은 피동문으로, 서술어 ‘보인다’의 주체는 화자, 즉 글쓴이다. 글쓴이가 ‘보는/전망하는’ 표현으로, 이는 판단어법이다. ②는 그 판단어법을 피하기 위한 표현인데, 이른바 명사문으로 변형한 것이다. 서술어가 ‘-이다’로 끝난다. ①보다는 낫지만 엄격히 말하면 주술 불일치로 비문이라 바람직하지 않은 문장이다. ③과 ④는 주체가 드러나는, 정상적 문장이다. 그중 ③은 명사문이고 ④는 동사문으로 구성됐다는 게 차이점이다. 우리말에서는 ④가 가장 모범적인 문장이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정리하면, <①~할 것으로 보인다 → ②~할 것이란 전망이다 → ③~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④전문가들은 ~할 것으로 전망했다>로 요약된다. 문장을 쓸 때 자신 있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글에 힘이 생긴다. ①피동문보다는 ②명사문이 낫고, 그보다 ③주어를 드러나게 표시한 명사문이 더 좋다. 가장 좋은 것은 ④주어를 앞에 내세워 능동문으로 쓴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