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강요' 보도에 포항 찾아가…경찰, 대기발령 조치
한밤 수산업자 비서 찾아간 경찰…'녹음 함구' 요청(종합2보)
수산업자 사칭 김모(43·구속)씨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김씨 비서에게 변호사와의 대화 녹음을 넘기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당일 밤 같은 수사팀 수사관이 이 비서를 찾아가 녹음 강요 의혹을 함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22일 김씨 비서에게 녹음 제공을 강요한 A 경위를 이번 수사 업무에서 배제한 데 이어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따로 비서를 만난 B 형사를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B 형사가) 수사를 위해 제보자(비서)를 만나러 갔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 경위가 김씨 비서에게 '김씨의 변호사를 만나 그가 하는 말을 녹음해 오라'는 요구를 했다는 의혹이 20일 일부 언론을 통해 불거진 뒤 B 형사가 김씨 비서를 찾아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B 형사는 20일 오후 11시께 포항에 있는 김씨 비서를 찾아가 'A 경위에게 녹음 파일을 준 게 맞나', '안 줬다고 하면 안 되겠나'는 등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B 형사는 김씨 비서에게 언론에 나온 녹음 파일에 관해 물었고, 이 비서는 A 경위에게 카카오톡으로 파일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B 형사는 새벽 1시 15분께 이런 진술을 상부에 보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제공한 수산물 가격·수량 등에서 차이 나는 진술을 확인하려고 간 게 맞다"며 "(녹음 요구 의혹을 조사 중인) 수사심사담당관실에서 비서에게 연락했는데 답이 없어 (B 형사가) '확인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한 것이고, 그렇게만 전달했어야 하는데 말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함구 요청을 두고 "부적절한 사안"이라며 "오랫동안 A 경위와 근무를 하다 보니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에서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경찰은 B 형사의 행위가 경찰청 훈령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배된다고 보고 감찰을 거쳐 처분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진 않더라도 수사의 신뢰성과 관련해 (B 형사가) 수사를 계속 수행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A 경위가 지난해 다른 사건을 수사할 당시에도 피의자에게 다른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올 것을 요구했다는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할 것"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최근 수사팀 인력을 종전 7명에서 10명으로 증원하고, 법률검토 등 지원인력 4명까지 추가 투입해 기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올해 4월 초까지 김씨의 100억원대 사기 사건을 수사했다.

김씨는 수사가 마무리될 무렵 검경 간부와 언론인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박영수 전 특검과 이모 부부장검사, 전 포항 남부경찰서장 배모 총경(직위해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 모두 8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