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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수산업자' 김모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김씨의 비서 A씨에게 "김씨 변호사와 통화한 내용을 녹취해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해당 파일을 경찰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울경찰청은 경찰이 A씨에게 녹음을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오자 이사건 수사팀장이자 녹음 지시 당사자인 강력범죄수사대 허모 경위를 수사에서 배제하고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1시께 허 경위의 부하 직원 B 형사는 녹음 지시 내용을 폭로한 김씨 비서 A씨를 찾아가 “녹음 파일을 (허 경위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만남을 거절했지만 담당 형사가 수사관련 사안이라며 재차 협조를 구한 뒤 오후 11시쯤 김씨를 찾아갔다"며 "조사 말미에 B 형사가 A씨에게 '특별한 내용이 없으면 녹음 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 취지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B 형사는 A씨와 만난 뒤 21일 오전 1시께 상관에게 A씨가 녹음 파일을 카카오톡으로 허 경사에게 전달했다고 정상적으로 보고했다"며 "B 형사가 허 경사와 오래 같이 근무한 입장에서 독단적으로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12일 A씨를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가 풀어줬고, 지난달 중순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찰은 A씨를 김씨의 금품 제공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수차례 소환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허 경위가 ‘변호인과의 녹음’도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B형사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수사신뢰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담당조사관을 금일자로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녹음파일을 확보해 들어보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