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와 학자가 함께 쓴 신간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
일본 사찰 '호류지' 목재들이 1천300년을 버틴 이유는
일본의 고도(古都) 나라(奈良) 교외에 자리한 유서 깊은 사찰 '호류지'(法隆寺). '법륭사'로도 알려진 이 절은 일본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있는 문화재의 보고다.

경내는 크게 서원(西院)과 동원(東院)으로 나뉘는데, 서원에 오층목탑과 본존을 모신 금당(金堂)이 있다.

입구에서 보자면 목탑과 금당은 앞뒤로 배치된 곳이 많은데, 호류지에는 두 건축물이 옆으로 나란히 있다.

일본에서는 한때 호류지 건물을 두고 이른바 '재건·비재건 논쟁'이 일었다.

쇼토쿠(聖德) 태자가 607년 절을 완성했을 당시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는 견해와 문헌에 기록된 670년 화재 이후 사찰을 재건했다는 의견이 맞섰다.

일본 '국보사전' 최신판은 호류지 금당을 설명하면서 "소실 이후 지금의 가람(伽藍, 사원)이 갖춰졌다는 것이 현재 거의 일치된 설"이라며 재건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재건했다고 해도 그 시기는 나라시대(710∼794) 초기로 본다.

그렇다면 호류지 주요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는 적어도 약 1천300년을 버텼다는 말이 된다.

신간 '호류지를 지탱한 나무'(집 펴냄)는 호류지 보수 공사에 참여한 목수와 목재공학 연구자가 오랜 세월을 견딘 호류지 나무의 비결을 이야기한 책이다.

일본에서는 1978년 초판이 출간됐고, 2019년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 중 한 명인 니시오카 쓰네카즈(西岡常一)는 사원이나 궁궐 건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목수인 '미야다이쿠'(宮大工)였다.

그는 호류지의 나무 대부분이 노송나무나 편백으로 번역되는 '히노키'(檜)였음에 주목한다.

니시오카는 "히노키는 나뭇결이 곧게 뻗고, 재질은 치밀하고 부드러우면서 강인하며, 충해와 빗물이나 습기에도 강하다"며 "히노키를 구석구석 사용했기 때문에 호류지 건물이 1천300년이나 견뎠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산에서 2천 년을 산 나무가 건물의 나무로 다시 2천 년을 살 수 있는 필요조건을 갖춘다고 생각한다"며 나무를 소중하게 다뤄야 목재로 오래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목재는 성격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고 말한다.

니시오카는 "몇 차례 수리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큰 부재는 적소에 구분해 사용됐다"며 "살아 있는 옹이가 많은, 햇빛이 닿는 면의 나무가 강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저자인 고하라 지로(五原二郞)는 목재 노화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니시오카의 생각을 뒷받침한다.

고하라는 "1천300년 된 호류지 옛 기둥과 새 히노키 기둥 중에 강한 쪽은 전자"라며 "나무는 벌채한 뒤 200∼300년까지는 휨 강도나 딱딱한 정도가 점점 올라가 2배 정도 상승하고, 이후에 전체적으로 약해진다"고 주장한다.

이어 "기계를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에 능률이 오르지 않다가 점차 익숙해진다"며 나무가 인간 친화적인 재료임이 틀림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문화재 수리에 쓸 큰 나무가 많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책은 "히노키 가운데 가슴 높이 지름이 50㎝ 이상인 대경목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지금의 벌채량을 유지한다면 히노키는 수십 년 안에 사라질 운명"이라고 경고한다.

부록으로 일본 건축물에 남은 오래된 목재를 정리해 실었다.

번역은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지만 명지대 교수가 했다.

264쪽. 1만6천 원.
일본 사찰 '호류지' 목재들이 1천300년을 버틴 이유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