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탈북자 비공개 법정증언 직무상비밀 해당 안돼"
'유우성 간첩조작' 증언 유출 국정원 前간부들 2심 무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재판의 비공개 증언을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들이 2심에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원정숙 이관형 최병률 부장판사)는 21일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의 서천호 전 2차장과 이태희 전 대공수사국장, 하경준 전 대변인에게 1심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4년 3월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탈북자 A씨의 비공개 증언 내용과 탄원서 등을 한 일간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4년 탈북한 유씨는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넘겨준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2013년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유씨의 항소심에서 국정원이 유씨의 출입국 관련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자, 서 전 차장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게 A씨 비공개 증언이 언론이 보도될 수 있도록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지시를 받은 이 전 국장은 직원에게 관련 자료를 대변인실에 보내라며 전달했고, 자료를 전달받은 하 전 대변인이 한 일간지에 자료를 제공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내용이 해당 일간지 2014년 4월1일 자에 보도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 전 차장 등은 재판에서 "(언론 유출을) 지시하거나 지시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 전 국장과 하 전 대변인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서 전 차장 등의 주장을 받아들여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증거가 '전문진술'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없다며 "서 전 차장이 지시했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전문진술'은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원래 진술을 했던 자가 진술할 수 없게 된 경우 제한적으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증거 능력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A씨의 비공개 증언과 탄원서가 국가정보원직원법의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서 전 차장 등의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국정원직원법상의 비밀에 해당하는지는 누설될 때 국가이익이 위협받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A씨의 법정 진술 내용은 누설돼도 국가 기능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