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삼계탕집 앞 긴 줄…코로나 우려 배달·도시락으로
"모임 자제령에 중복도 사치"…공공기관 실내 '찜통'

사건팀 = 중복인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을 찾는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속까지 시원해지는 냉면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무더위 속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외식을 자제하고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을 택하기도 했다.

불볕더위 속 중복…보양식·도시락 '복달임' 백태
◇ 유명 삼계탕집 앞 긴 줄…"예년보다 훨씬 줄어"
이날 정오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서울 종로구의 한 유명 삼계탕집 앞에는 삼계탕을 먹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시민 40여명은 타는 듯한 뙤약볕을 피해 작게 그늘이 진 가게 벽에 붙어 줄을 선 채 차례를 기다렸다.

가만히 서 있어도 등을 타고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탓에 일부 시민들은 휴대용 손 선풍기를 쐬거나 양산을 펴 햇빛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기하는 시민들 간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가게 안은 오전 11시부터 보양식을 먹으러 찾은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부인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에서 왔다는 김용문(81)씨는 "평소에도 삼계탕을 먹으러 자주 이 집을 찾는다"며 "원래는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찾으면서 사람이 훨씬 더 많았는데 오늘 중복인데 이 정도면 정말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식당 앞 줄은 사람이 몰리는 정오를 지나자 눈에 띄게 빠르게 줄었다.

일부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식당 안에서 식사하는 대신 양손 가득 삼계탕을 포장해가기도 했다.

식당 관계자는 "평소에도 이렇게 줄을 서면 얼마나 좋겠나.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오늘은 중복이니 그나마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이것도 평소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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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냉면으로 더위 이기자…냉면집 앞도 문전성시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평양냉면 전문식당은 뙤약볕을 뚫고 나온 직장인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이 휴대전화와 지갑만 들고 온 인근 직장인들로,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인원만 30여 명에 달했다.

워낙 사람이 많아 2m씩 간격을 띄우라는 안내문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열기가 솟는 인도를 걸어온 탓에 손님들은 기다리는 동안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휴대용 선풍기로 땀을 식혔다.

들어가려면 10분가량을 야외에서 기다려야 했지만, 날씨가 무더워 돌아가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중구 을지로에 있는 다른 냉면집과 설렁탕집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순댓국집은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대형 냉풍기를 갖다 놓기도 했다.

동료 2명과 함께 냉면을 먹으러 온 40대 남성 이모씨는 "회사가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는데 마침 오늘 출근을 하는 당번이라 점심으로 평양냉면을 골랐다"라며 "만약 재택을 했다면 더위를 뚫고 냉면을 먹으러 오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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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우려해 외출 최소화…"복날인 줄도 몰라"
연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웃돌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외출을 자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이날 회사 동기 4명이 회의실에서 모여 치킨을 시켜 먹기로 했다.

이씨는 "중복을 맞아 점심시간에 앞서 치킨을 주문했다"며 "냉방이 잘 되는 회의실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앉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중복이긴 한데 날도 너무 덥고 오늘 코로나 확진자도 역대 최다라고 하니 원래 보신탕이라도 먹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취소되고 다들 구내식당 가서 먹기로 했다"라며 "말복 때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모임 자체를 자제하라는 분위기인 만큼, 복날인 줄도 몰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권모(27)씨는 "직원들이 비상대기 인원 빼고는 돌아가면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복날인 줄도 몰랐다"며 "다 같이 복달임하는 건 상상도 못 한다"고 했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에어컨 '자제령'이 내려진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사무실 안에서도 시원함을 느끼긴 어려운 처지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29)씨는 무더위 속에 중앙통제식 냉방만으로는 더위가 식지 않을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한낮에는 사무실 안에 있어도 땀이 나기도 한다"며 "사무실 책상 위에 둘 선풍기를 마련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