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아·남궁인 등 작가 9명이 말하는 결핍 이야기

"인간이란, 나무에서 시작해 한 장의 종이가 되고, 종이가 하나둘 쌓여 책 한 권이 되는 건 아닐까.

"
책을 좋아해서 읽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고, 글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된 임진아. 온통 책 생각뿐이던 그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공황장애가 있다는 사실이다.

동네 한의원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그 연으로 진찰을 받던 중 알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공황장애가 있다고 인생이 망가지진 않는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

그는 매사에 늘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집에 갈 때 어떤 골목으로 갈지, 지하철에 오를 때 어떤 칸에 타는 게 좋을지 등 자질구레한 일상 속에 긴장은 늘 자리한다.

"긴장은 나로 하여금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이 생각들이 나를 성실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66쪽)
최근 발간된 에세이 '나의 복숭아: 꺼내놓는 비밀들'(글항아리)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면을 지면으로 옮긴 에세이다.

김신회·남궁인·임진아·서한나 등 작가 9명의 비밀스러운 기록을 담았다.

김신회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감정을 별로 느껴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를 싫어한 적은 없지만, 엄마조차 보고 싶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랑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랑을 좋아하지만, 그래서 사랑을 하고 싶어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그는 고백한다.

저자는 유기견 '풋콩'을 입양하면서 이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사랑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길 희망한다고 썼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은 뭐든지 대체로 잘하는 사람이지만 노래 실력만큼은 형편없다고 고백하고, 작가 최지은은 과자를 사랑하는데, 이는 어린 시절 결핍에서 비롯됐다고 자체 진단한다.

책은 이렇게 작가들의 일상과 그 일상 속에 숨은 소소한 비밀들을 풀어낸다.

200쪽. 1만3천800원.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세이 '나의 복숭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