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제자들에게 속옷 빨래를 숙제로 내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 등을 한 교사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유튜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초등학교 1학년 제자들에게 속옷 빨래를 숙제로 내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 등을 한 교사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진=유튜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초등학교 1학년 제자들에게 속옷 빨래를 숙제로 내주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아 물의를 일으킨 교사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황운서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아동청소년 관련시설 취업제한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1학년 학생 16명에게 자신의 팬티를 직접 세탁하는 모습을 찍어 학급 SNS에 올리라는 숙제를 냈다. 그리고는 해당 사진에 '분홍색 속옷 예뻐요', '예쁜 잠옷, 예쁜 속옷 부끄부끄',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학생들의 자기소개 사진에 '매력적이고 섹시한'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 피해아동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팬티 세탁 인증 사진을 비롯해 체육 시간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자신의 유튜브에 올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됐다.

더불어 체육 수업 시간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한 혐의도 있다.

A씨의 행동은 팬티 세탁 인증 사진에 그가 단 댓글을 본 학부모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이 교사의 행동이 정상인가요'라는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고, 이후 A씨를 파면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결국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A씨를 파면했다.
지난해 5월 '속옷 빨래 숙제'를 시킨 교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속옷 빨래 숙제'를 시킨 교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는 속옷 빨래 숙제가 학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 가운데 증인으로 나온 학부모들이 서로 다른 증언을 했다. 아이들이 이를 놀이로 받아들였는지, 강제성이 작용했는지 등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한 학부모는 "A씨가 효행 과제라는 개념을 사전에 설명했고, 아이들 역시 해당 숙제를 놀이 개념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가 해당 숙제를 싫어했으나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억지로 했다"면서 "특히 '섹시 속옷 자기가 빨기'라는 제목으로 학생들 숙제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학부모나 동료 교사, 제자 등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부적절한 행동을 지속한 것은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배심원은 7명 만장일치로 A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체육 시간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한 공소 사실에 대해서는 5명이 무죄 의견을 내 무죄가 선고됐다.

양형 의견은 5명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2명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제시했다. 징역형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A씨는 사실상 복직할 수 없게 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