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처·청부수사 비판 잇따라…檢과 갈등 지속
학계 "공정성·객관성 확보장치 전혀 없어" 지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오는 21일로 출범 6개월을 맞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4월부터 1호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이어 검사비위 9건을 줄줄이 입건했지만, 결정이 내려진 건 단 1건도 없다.

수사 착수 때마다 각종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어 국민 눈높이에 따른 '성찰적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다짐도 빛이 바랬다.

공수처 출범 6개월…수사 착수 11건에 결과는 '0'
◇ 성찰적 권한 강조에도 수사마다 의문부호
공수처는 1호 수사 착수 이전부터 '이성윤 황제 조사' 논란으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처장 관용차로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밀리에 태워 와 조사했다는 점에서 공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후 조 교육감을 1·2호 수사로 선택하면서 편향성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으나, 3호 사건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가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겠다고 자처해 '도피처'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4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위법 소지가 크다'고 언급한 지 사흘 만에 고발인 조사를 하면서 청부 수사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7·8호 사건으로는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입건했고, 현재까지도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알려진 11건의 사건 중 9건을 검사 비위로 채우며 수사대상이 치우친 모습도 보였다.

정작 골프채를 받아 챙긴 부장판사 사건이나 대법원장의 예산 전용 의혹은 기록을 받고도 수사를 착수하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파악한 결과 지난 5일 기준 다른 기관이 공수처로 이첩한 사건은 45건, 인지 통보한 사건은 160건, 고소·고발 등은 1천577건이다.

공수처는 이 가운데 10건(11호 김형준 뇌물수수 사건 제외)을 입건했고, 136건은 불입건, 945건은 타 기관으로 이첩했다.

나머지는 분석 중이다.

공수처 출범 6개월…수사 착수 11건에 결과는 '0'
◇ 검찰과는 협조 없이 견제만…갈등 악화일로
김 처장은 검찰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겠다"고 밝혔으나 공수처는 현재로선 '견제'에만 몰두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5호) 수사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겨왔다.

대표적으로 수사 후 공소제기를 공수처가 판단하도록 재이첩해달라는 '조건부(유보부) 이첩' 주장, 검찰의 이성윤 황제조사 폐쇄회로(CC)TV 유출 의혹 내사 등이 있다.

초반부터 틀어진 관계는 회복이 어려웠고 이후로도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 3명에 대한 이첩 요청과 이규원 검사 수사 개시 통보 등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협조 없는 견제는 공수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은 공수처가 요청해온 윤 전 총장 관련 조사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대검은 자체 예규를 근거로 검사 비위의 상당 부분을 공수처에 보내지 않고 있다.

검경과의 협의체 추진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법무부와 직접 논의하는 사실상의 '검찰 패싱'은 아직 검토 단계다.

◇ 폐쇄성 해결하고 법 개정 동력 마련해야
"국민과 소통하며 이 길을 걸어가겠다"는 김 처장의 말도 공염불이 되고 있다.

검사 임용 이후 김 처장의 출근길 문답이 중단됐고 국민과의 소통을 규정하는 공보준칙은 여전히 확립되지 않은 채 지지부진이다.

전문가들은 수사 인력 증원·이첩 기준 등 관련 법 개정 동력을 끌어올리려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는 국민들이 많아졌다"며 "현재로선 공수처의 활동에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국민이 관심이 있어야 법 개정을 해 인원도 늘릴 수 있지 않겠나"라면서 "고위공직자 범죄는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이첩 기준과 관련해 대통령령 제정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공수처 행정인력과 수사관 증원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