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SNS에 보름 넘게 매일 그리움·억울함 등 담아 편지 써
"따돌림·무관심이 원인" 진상규명 호소 국민청원 14만명 동의
"진실 밝혀낼게…" 극단 선택 고교생 엄마의 '애끓는 호소'
"엄마는 지금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갑자기 비가 쏟아져. 우리 아들이 울고 있나?", "네가 조금씩 잊혀가는 게 너무 힘들어…"
지난달 말 강원도 양구군 한 고등학교에서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쪽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학생의 엄마가 매일 아들에게 애끓는 편지를 쓰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숨진 A군의 엄마는 아들이 생전에 사용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사랑, 억울함 등 여러 감정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이달 1일 "보석 같은 둘째 아들이 집단적인 학교폭력과 따돌림으로 인해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겨우 열일곱 살입니다"로 시작된 애타는 하소연은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

A군의 엄마는 사건을 알리기 위해 A군이 썼던 '보내지 못한 쪽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A군이 누군가에게 보내려 했던 이 쪽지에는 '하늘만 보면 눈물만 나와서 올려다보지도 못하겠어…내가 괜찮은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아마도 나 안 괜찮아, 도와줘'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진실 밝혀낼게…" 극단 선택 고교생 엄마의 '애끓는 호소'
두 번째로 공개한 쪽지에는 '길거리에 저 사람들은 어찌도 저리 밝아 보이나요.

나는 그럴 수 없으니 늘 상상만 하던 그곳으로'라는 글이 남겨져 있었다.

A군의 엄마는 "꼬깃꼬깃 접혀있던 이 쪽지를 편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고, 보고 싶고, 안아보고 싶다"며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하다가도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잊지 말아달라"며 호소하기도 하고, "진실을 꼭 밝혀내겠다"며 학교폭력의 심각성과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간절한 외침에 A군의 친구는 물론 많은 누리꾼이 유족에게 응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같은 학교 졸업생들로부터 재학 당시 학교폭력을 겪었음에도 학교 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거나, 전학이나 자퇴를 선택했던 경험담 또는 목격담 제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엄마가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며 올린 국민청원은 열흘 만에 14만 명을 넘겼다.

국민청원에서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갈등을 방치하는 교내문화와 그것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학교의 부작위"라며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으로 아들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진실 밝혀낼게…" 극단 선택 고교생 엄마의 '애끓는 호소'
A군의 부모에 따르면 전교생이 기숙 생활을 하는 고교에 진학한 A군은 지난달 초 친구 사이에 생긴 오해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오해로 비롯된 나쁜 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점점 혼자가 되어간 A군은 말 못 할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A군은 사건 발생 약 2주 전 자해를 하기도 했으며, 주변에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서는 (아들의) 사망 직후 학교폭력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명백한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사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A군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해당 사건을 학교폭력으로 사안으로 신고했으며,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등 조사하고 있다.

양구경찰서에도 따돌림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학생 4명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사건을 강원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로 이송해 수사하고 있다.

A군의 부모는 오는 19일 민병희 교육감과 면담할 예정이다.

면담은 애초 지난 15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교육청 측에서 돌연 연기를 요청하면서 한 차례 미뤄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