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분할 갈등도 봉합…여름휴가 끝나면 2021년 임금협상 시작
내년 회사 창립 50주년, 조선산업 변화 속 새 노사관계 정립 기대
현대중 임단협 3수 끝에 타결…"더 제시할 카드가 없다" 공감대
현대중공업 2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마침내 타결된 것은 3차 잠정합의안마저 부결되면 노사 모두 더는 제시할 카드가 없다는 것을 조합원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9년과 2020년 임단협 3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64.6%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앞선 2차례 모두 부결돼 3차까지 온 것인데, 이 회사 노사 역사에서 처음이다.

노사는 2019년 5월 2일 임금협상 상견례 이후 회사 물적분할(법인분할)을 놓고 마찰하면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특히, 분할 반대 파업 참여 징계자(2천여 명) 문제 등 두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교섭이 해를 두 번이나 넘겼다.

이에 따라 성과급과 격려금 등 지급이 미뤄졌고 징계 문제 해결 방안 도출도 지지부진했다.

사무직과 기술직 구분 없이 사기가 떨어졌고, 노사 양측 모두를 탓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노사는 올해 2월 3일 잠정합의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법인 분할에 대한 위로금이 빠진 이유 등으로 부결됐다.

노사는 3월 31일 특별격려금 200만원을 추가한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 역시 2020년 기본급 동결안을 조합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다시 부결됐다.

이후 본교섭은 완전히 중단됐다.

현대중 임단협 3수 끝에 타결…"더 제시할 카드가 없다" 공감대
노조는 교섭 재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기본급 인상 여력이 없고, 사실상 현 노조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교섭을 미뤘다.

노사 간 물밑 만남은 있었으나 본교섭이 두 달 넘게 열리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6일 2년여 만에 첫 장기간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동시에 조경근 노조지부장이 울산조선소 내 40m 크레인에서 점거 농성까지 시작했다.

사실상 노조가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쓴 것이다.

노조가 추가 전면파업을 결의하고, 이례적으로 사무직 직원 모임에서도 사측의 태도 변화를 바라는 성명을 내자, 사측은 2020년 기본급 인상과 파업 단순 참여자 징계 완전 사면을 제시했고 3차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

업계에선 사측 역시 기본금 인상과 징계를 포함한 각종 소송을 거둬들이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앞서 1차와 2차 때는 현장 조직에서 강한 부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3차 투표를 앞두고는 잠잠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섣불리 부결 운동에 나섰다가 실제 부결이 되면 추가 교섭도 쉽지 않고, 올해 연말 지부장 선거가 있어 교섭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교섭이 또다시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수주 훈풍이 부는 만큼, 일단 2년 치 교섭을 마무리하고, 올해와 내년 교섭에서 더 성과를 챙기자는 공감대도 있었던 것으로 본다.

수주 효과가 설계를 거쳐 제조 현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노조는 8월 초 휴가를 넘기고, 곧바로 올해 임금협상을 사측과 시작할 방침이다.

이번 타결로 법인 분할 후유증을 씻어낸 만큼 노사 모두 새로운 관계 정립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내년은 현대중공업 창립 50주년이고, 조선 산업 역시 친환경, 4차 산업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어 노사 간 신뢰가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