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을 추진하면서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피의자들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열렸다. 법정형 3년 이상의 범죄 혐의를 받는 미성년자 및 경제적 약자 등이 대상이다. 이를 두고 “강력범죄일수록 변호 공백이 생겨선 안 된다”는 주장과 “피의자를 세금으로 돕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 도입을 위한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미성년자, 70세 이상 고령층, 청각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 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 혐의로 수사받는 경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상갑 법무부 인권국장은 브리핑에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 조력을 통해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무고한 사법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그리고 피의자 중에서 구속 전 심문절차 및 체포·구속적부심을 청구한 경우에만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었다. 제도 도입 후에는 피의자가 처음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부터 관련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형사공공변호인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강력범죄자를 국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 지원 예산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공공변호공단을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대상이 되는 중대범죄의 80~90%는 성범죄 및 아동학대 범죄인데 국민이 이런 제도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강력범죄자라도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