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156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범 LG그룹 총수일가와 임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구 전 회장 등 16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LG그룹 총수일가들은 계열사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150억여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국세청은 2018년 4월 구 회장 등이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고의로 세금을 회피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LG그룹 재무팀 직원들이 특수관계인 사이 주식 매매를 숨기기 위해 거래 주문표를 쓰지 않거나 전혀 다른 제3자에게 주식을 판 것 처럼 세금을 신고했다고 봤다.

그러나 하급심은 이들에게 조세 포탈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법리 오해가 없다"며 무죄 선고를 확정했다.

"특수관계인 거래 아닌 장내 시가에 따른 매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특수관계인 거래'라고 봤다. LG재무관리팀은 오래전부터 구자경 명예회장의 지시로 사주일가의 전체 주식 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왔으며, 주가의 급격한 변동 방지를 위해 사주일가의 주식을 통정매매(일정한 시간에 동일한 금액으로 매도, 매수 주문을 한 행위)로 거래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주일가 간 주식 거래는 특수관계인 거래이기 때문에 1999년에 시행된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주식거래와 같은 거래소 시장에서 경쟁매매로 판단했다. 이러한 주식거래 방식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경쟁매매에서는 특정인과 특정 가격 및 특정 수량대로 주식거래가 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검찰의 주장처럼 특수거래인 간 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의 주문에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와 제3자의 거래가 혼재돼 있다"며 "이는 피고인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거래소 시장에서의 거래시스템에 의한 우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재무팀 직원들은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를 의도했다기보다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주식 시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주 일가의 매도 주식 수량만큼을 다른 일가가 매수하려고 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경영진의 지시는 대주주 일가 전체 지분 비율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보인다"며 "양도소득세 포탈했다는 매도 주주들 대부분 LG그룹의 경영에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