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3.6%p 높은 인상률…경영계 "소상공인 능력 초월"
경기회복에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 탈피…경영계 반발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결정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 전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는 이날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440원(5.1%) 높은 금액이다.

인상률로 보면 역대 최저 수준인 올해 1.5%보다 3.6%포인트(p) 높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은 적용 연도를 기준으로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두 자릿수였지만, 지난해 2.9%로 꺾인 데 이어 올해는 1.5%로 떨어졌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생존 자체를 목표로 버티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5.1%로 끌어올린 것은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지만,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 회복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27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1.0%p 올린 4.0%로 제시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3%에서 1.8%로 상향 조정했다.

물가 상승도 최저임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용 지표도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취업자 수는 올해 4∼5월 연속으로 작년 동기보다 60만명 넘게 증가했다.

5월 기준 취업자 수는 2천731만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 수준(2천751만명)을 거의 회복했다.

고용 지표의 개선세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일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그만큼 덜어줄 수 있다.

경기회복에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 탈피…경영계 반발
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을 줬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사태로) 저임금 근로자도 상당한 어려움을 당했다"며 "이런 상황을 낮은 임금으로 계속 끌고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둘 경우 노동자 간 임금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그간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에서는 벗어났지만, 2018∼2019년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대폭 인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임금 지급 능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경영계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제한적인 인상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영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을 이유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했다.

경영계는 지난달 노동자 생계비 등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진통이 예상된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에 대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지불 능력을 명백히 초월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경기회복에 최저임금 인상 억제 기조 탈피…경영계 반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