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요? 없어요. 얼굴이 명함인데요, 뭘~”
“명함이 없어요. 얼굴이 명함인데요, 뭘~”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있는 진학사 1층에서 이 회사의 취업 온라인 플랫폼 캐치TV의 간판 크리에이터 ‘철수’(본명 김태진)씨에게 명함을 건네자 돌아온 첫 마디다. 철수씨는 현재 캐치TV 팀장이자 크리에이터로 일하고 있다. 캐치TV에선 △(전현직자 술자리 인터뷰)회식합시다△(취준생과 라이브토크)캐치업 라이브 △(직무체험) 캐치가 한다 △직무톡 △채용톡 등의 컨텐츠를 매주 5~6개씩 크리에이터 3명, 편집자 4명 등이 제작한다. 하루에 한개씩 영상을 제작하는 셈이다. 그는 “여름 비수기여서 그나마 1주에 2개정도를 만들고 있다”며 “얼굴이 많이 알려져 캐치TV영상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고 연락주시는 분들 때문에 날마다 힘을 내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선 방송처럼 많은 유머를 구사하지는 않았다. 방송에서 항상 질문을 하다 질문을 받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다소 수줍어 하는 모습도 보였다.


▷본명이 철수 인가요?
“본명은 김태진입니다. 1985년생(2월3일)입니다. 너무 TMI인가요? ㅋㅋ.”

▷철수란 가명은 어떻게 사용하게 됐는지
“10년전 취준생시절에 팟캐스트 ‘취업학개론’을 운영했어요. 자소서, 면접때 뭘 물어보는지 등을 소개하는 코너였죠. 취준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입사지원때 불이익을 받을까봐 가명을 사용 한게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가족관계 등 면접때 부당한 질문을 하는 기업을 ‘까는 방송’이었거든요.”
“명함요? 없어요. 얼굴이 명함인데요, 뭘~”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철수씨는 2011년 졸업과 동시에 A은행에 취업했다. 하지만, 이듬해 퇴사 했다. 그는 “이름만 보고 지원을 했는데 얼떨결에 합격했다”며 “쉽게 얻은 입사여서 그런지 의욕이 안생겼다”고 말했다. 적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칠수 있는 그런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그것이 취업 팟캐스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였다.

▷팟캐스트는 인기를 끌었나요
“코미디 분야 2위까지 올랐고, 전체 순위는 13위까지 올랐죠. 저와 존슨이란 취준생이 함께 만들었어요. 취업될 때까지만 하자고 했는데, 이 일이 재밌어 합격하고도 입사를 안할정도 였죠. 함께 팟캐스트 진행을 했던 존슨씨는 현재 모 기업에 입사해 근무중입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나지 않을까요.”

▷그럼 팟캐스트가 인기를 끄니 캐치tv에서 입사제안을 한 거네요.
“그건 아니고요, 전 직장은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입니다. 거기서 일하다가 이곳으로 이직을 했죠.”

▷캐치tv에 와서 바로 영상을 제작한 건가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수용이 안됐어요. 그래서 신생업체라면 다양한 시도를 하기에 역할이 있을 것 같아 이직을 결심했죠. 2016년 입사후 처음 맡은 업무는 영업직이었어요. 대학 취업센터에 취업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었죠.”

▷영업일을 하다 어떻게 영상 크리에이터가 됐나요
“사실 영업에 적응을 못했어요. 회사도 손실이었죠. 캐치도 장기적인 비즈니스로 영상컨텐츠 제작을 계획중이었는데, 그 일을 제게 제안했어요.”
▷물만난 물고기 같았겠어요
“취업 컨텐츠를 만들고 마케팅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처음에는 지지부진했죠. 정말 취준생들이 알고 싶어하는 컨텐츠를 만들자고 다짐했죠. 욕을 먹어 나갈때 나가더라도 말이죠.”

▷대박이 난 건 언제였나요
“삼성전자 퇴사자 인터뷰였어요. 삼성전자의 뒷모습, 솔직한 이야기가 취준생에게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삼전은 누구나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었기에 더 반응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영상 조회수가 500회도 안됐는데, 그 영상이 10만회를 넘기면서 가속도가 붙은 거죠. 컨셉은 술자리에서 술을 한잔씩 하면서 나누는 대화였어요. 당시는 저랑 편집 알바생 둘이서 제작을 하는 열악한 환경이었죠. 마이크도 없어 시끄러운 술집 영상은 오히려 자막이 더 많았습니다. 주량은 소주 3병 가량 되는데, 때론 술에 취해 출연자와 말다툼을 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만든 술자리 인터뷰가 지금까지 100회정도 됩니다.”

▷술자리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이 많나요
“처음 술자리 인터뷰는 지인중심이었어요. 인기를 끄니까 점차 신청자가 늘고 있어요. 신청은 캐치 대표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현재 현직자·퇴직자 비율은 7대3으로 현직자가 더 많아요. 현직자들은 실제 회사의 모습과 회사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포장된 모습의 간극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요.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어 회사를 욕하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야기하는 분이 많습니다. 기업의 연봉, 워라밸, 분위기를 솔직하게 전달해 줍니다.”

현재 온라인 채용시장은 크게 3가지 유형이다. 삼성전자 등 기업이 자체 운영하는 유튜브 채용채널, 자체 채널 운영이 어려운 기업을 위해 서비스를 해주는 채널이다. 철수씨는 “이러한 채널은 공급자 중심이어서 채용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머지는 기업 인사팀 출신이나 취업포털에서 운영하는 영리성을 목적으로 하는 취업 컨설턴트 중심의 취업교육서비스다.
“명함요? 없어요. 얼굴이 명함인데요, 뭘~”

▷캐치tv는 다른 채널과 무엇이 다른가요
“캐치tv 목표는 취업정보의 불균형 해소입니다. 기업이 알리고 싶은 정보 뿐아니라 취준생이 정말 알고 싶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죠. 우리도 자체 제작 영상뿐아니라 기업 제휴영상이 있어요. 취준생들이 많이 찾다보니 기업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조금 드러내더라도 영상을 의뢰하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뭔가요
“취업 크리에이터는 반골기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있는 그대로를 믿기보다 ‘삐딱하게 보는 시각’이 필수입니다. 그래야 궁금증이 생겨요. 제가 대본을 안쓰는 이유가 이런 까닭입니다. ‘어떻게 그리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해요. 내가 보는 것을 나타내는 게 컨텐츠기 때문이죠. 지속가능성은 여기서 차이가 납니다.”

▷말을 많이하면 실수도 있을 것 같은데
“편집된 컨텐츠가 올라오기에 말실수는 사전에 수정됩니다. 때론 컨텐츠 수위가 너무 높아서 기업에서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나오기도 했었죠. 컨텐츠를 내리거나 수정해 한발 물러나기도 했었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출연자의 말을 잘 이끌어 내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직자를 통해 취준생이 도움을 얻고 기업에 취업성공했기에 어느정도 산파역할은 했다고 봅니다.”

▷편집과정에도 참여를 하나요
“기획, 대본은 크리에이터가 맡고 촬영 촬영편집자가 진행합니다. 업로드 전에 크리에이터와 협의를 통해 최종 수정을 하게 돼죠. 얼마전 편집자를 뽑았는데, 기존 영상채널에 대한 이해와 공감력을 중요하게 평가했어요. 물론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편집실력도 검증하고요. 저희는 편집때 ‘개그코드’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유튜브를 꿈꾸는 1020들이 많습니다
“1020대건 ‘아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장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촬영·영상장비 모든 것을 갖춘다음에 하기보단 먼저 영상 컨텐츠를 기획,촬영,편집해보면서 나와 맞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크리에이터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고민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취준생과 공감이 핵심이라면 지금은 교육적인 측면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관심사를 어떻게 풀어내고 전달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것이 생명력을 좌우하니까요.”

▷미래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대한 전망은
“1인 크리에이터 채널 운영자는 더 많아질 겁니다. 기존 미디어가 다양한 관심을 가진 MZ세대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죠. N잡러 유튜버가 많아 질 겁니다. 퇴사후를 위한 준비와 개인 브랜딩차원에서라도요.”

취업전문 크리에이터로서 추천할 만한 기업이 있는지 묻자,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맞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선호 기업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연봉공개를 요구해 온 철수씨에게 본인의 연봉을 물었다. 그는 “현재는 회사 연봉 체계에 따라 월급을 받고 있다”며 “다만, 월급을 덜 받는 만큼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로운 환경에서 할 수 있다는게 매력적이고 이게 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시채용 시대 취업전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공채와 달리 수시채용시대에는 지치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취준생들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