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전관(前官) 영입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무더기로 법복을 벗은 판사들과 잦은 검찰 인사로 사표를 낸 검사들이 대상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김앤장과 광장, 태평양 등 3대 로펌이 영입한 변호사는 30여 명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이 판·검사 출신을 합쳐 2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광장이 판사 출신 4명, 검사 출신 3명으로 총 7명을 영입했고 태평양은 판사 출신 4명을 끌어들였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공정거래법 등 전문 분야가 있는 전관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로펌들은 지식재산권, 공정거래, 파산부 등 전담 재판부 근무 경험이 있는 법관들을 주로 영입했다. 3월 법무법인 태평양에 합류한 염호준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 광장과 한솥밥을 먹게 된 이헌 변호사(32기)는 모두 특허법원 판사 출신으로 지식재산권 분야 전문이다. 염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지식재산전담부 부장판사를, 이 변호사는 대법원 지적재산권조 재판연구관을 거쳤다.

공정거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이인석 변호사(27기)와 이정환 변호사(27기)는 3월 각각 광장과 태평양에 합류했다. 두 변호사 모두 서울고등법원 판사로 근무할 당시 공정거래 전담부에서 관련 사건들을 도맡아 처리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심사자문위원회 위원 출신인 김동국 변호사(28기)는 김앤장에 몸담게 됐다.

손에 꼽히는 ‘엘리트’ 법관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을 지낸 김용덕 변호사(12기)는 5월 김앤장의 새 식구가 됐다. 사법연수원 31기 수석이자 서울중앙지법 최초의 여성 형사공보관 출신인 조원경 변호사 역시 김앤장과 한솥밥을 먹는다. 이외에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김영식 변호사(30기)는 광장에,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서 파산부 근무를 했던 김희중 변호사(30기)는 김앤장, 국제거래 및 해상선박사건 전담 재판부 출신인 이창현 변호사(31기)는 태평양에 새 둥지를 틀었다.

대형 로펌들은 식품이나 지식재산권 등 전문 분야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을 두고도 치열한 영입전을 벌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파견 ‘1호’ 검사로 유명한 유동호 변호사(31기)는 지난 1일부터 광장에 합류했다. 유 변호사는 식품안전 부문 블루벨트(2급 공인전문검사)를 갖고 있다. 6월까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으로 근무했던 전준철 변호사(31기) 역시 광장에 몸담았다.

지식재산권 수사 분야에서 실력자로 꼽히는 김욱준 변호사(28기)는 5월 김앤장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 변호사는 국내 최초 특허범죄조사부장으로 활약하며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정 설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협력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거물’ 영입도 눈에 띈다.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차관, 대검 차장검사 등을 지낸 김주현 변호사(18기)는 1월 김앤장에 합류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