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비극 막기 위해 목사 시절 '충주 생명의전화' 노크
"몇 시간이고 하소연 들어주는 게 최고의 처방…스스로 답 찾아"

"소중한 생명을 살피고 돌보는 일에 너와 내가 없지요.

역량이 닿는 데까지 생명을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은퇴 목사인 임만재(73)씨는 충북 충주지역에서 '정신건강 지킴이'로 통한다.

[#나눔동행] '생명 살리는 목소리' 20년째 전화상담 임만재씨

그는 20년 넘게 충주생명의전화(☎1588-9191) 센터에서 상담자로 봉사하고 있다.

그가 생명의전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현역 목사 시절인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니면 용원교회 담임목사로 재직 중 한 주민의 극단적 선택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시골에서 교역하면서 우울증과 신변 비관, 채무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소식을 여러 번 접한 그는 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명의전화를 알게 돼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단순한 후원자였지만 교육을 거쳐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한 달에 적게는 8시간, 많게는 20여 시간을 상담사로 봉사해 왔다.

충주생명의전화는 한국생명의전화 소속으로 1983년 전국 3번째로 개통돼 삶의 위기와 갈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있다.

충북의 유일한 생명의전화 센터이다.

현재 사회 각 분야 은퇴자 등 50명이 상담자로 봉사하고 있으며, 성폭력상담소와 충주자살예방센터를 부설기관으로 두고 있다.

[#나눔동행] '생명 살리는 목소리' 20년째 전화상담 임만재씨

임씨는 전문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역 초·중·고교와 군부대에서 자살 예방 교육을 하기도 했다.

생명의전화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은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하다.

가정폭력, 가정불화, 우울증, 알코올 중독, 이혼, 학교폭력, 가출 등 여러 문제의 상담이 이뤄진다.

임씨는 인터뷰에서 "상담할 때는 처방전이 없다.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하소연이든 욕이든 상관없다.

말만 들어줘도 스스로 답을 찾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2시간 동안 잠자코 얘기를 들어줬더니 속이 너무 시원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한 상담자도 있었다고 한다.

"(괴롭고 힘들어) 죽고 싶다는 전화가 많은데 말을 자르지 않고 계속 들어주면서 좋게 좋게 생각을 바꿔주려 노력한다.

아이들도 어려움에 부닥칠 때 대화할 친구가 있으면 좋다"고도 했다.

상담 과정에서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경찰 등 관계기관에 지체 없이 연락해 신속한 대응을 주선한다.

극단적 선택을 위해 다리를 찾았다가 '아빠 힘내요' 등 자살 예방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렸다는 상담자 2명이 있었는데 상담 과정에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들과 형제처럼 지낸다는 일화도 전했다.

[#나눔동행] '생명 살리는 목소리' 20년째 전화상담 임만재씨

신니면에서 신덕로 벚나무 심기, 국가유공자 경로잔치, 영농교육 등 주변을 따뜻하게 살폈던 그는 봉방동으로 이사한 뒤에도 봉방천 환경정리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해 왔다.

지금도 벽시계 등 버려진 가전제품을 보면 수거해 수리한 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으며 독서광답게 주위에 책 선물도 많이 한다.

임씨는 인터뷰 말미에 "마음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인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화하는 강의·교육 시스템이 정착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문화예술 공연 등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늘 아래 가장 소중한 것은 가정"이라며 "부부가 화합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란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희망과 꿈을 갖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주시는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며 지난 3월 소식지인 '월간 예성'을 통해 그의 이웃사랑 실천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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