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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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지 2년 차 남편 A 씨는 코로나 19 장기화로 회사 경영이 악화하자 집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A 씨는 재택근무로 3D 그래픽 작업을 했으며 늘 마감이 촉박해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날이 많았다. 그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은 작업한 결과물을 렌더링(이미지화 작업) 걸어놨을 때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내 B 씨는 A 씨가 쉴 때마다 한숨을 쉬었다.

A 씨가 이유를 물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며 말을 흐렸다.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는 생각에 A 씨가 이날은 이유를 캐물었고 B 씨는 짜증을 내며 "카페 가서 일하면 안 돼? 나 불편하고 답답해"라고 답했다.

A 씨가 "내가 뭘? 일만 했는데 당신이 왜 답답하냐?"고 묻자 B 씨는 "당신이 그렇게 집에 있는 거 자체가 답답해. 카페 가서 하든가. 하..."라고 말했다.

정신이 멍해진 A 씨는 그 자리에서 옷 등 짐과 컴퓨터를 싸서 본가로 갔다.

궁금해하는 부모님께는 "집에 물과 전기가 안 들어와서 아내는 친정에 가고 저는 여기 온 거다"라고 둘러댔다.

A 씨는 "결혼하고 직장 다니기 싫다고 해서 집안일만 하게 했고 내가 별다른 요구를 한 것도 없는데 배신감이 든다"면서 "이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코로나 19(Covid)와 이혼(divorce)의 합성어 '코로나 이혼 Covidivorce'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재택근무 등으로 불화를 겪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19 이후 가정불화로 이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을까. 또 남편의 재택근무 끝에 가정불화로 가정이 깨졌다면 귀책 사유는 누구에게 있을까.

이인철 변호사는 "코로나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그 스트레스가 집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부부간에 내재한 갈등이 생기고 이혼 위기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부득이 실직하거나 사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집에서 편하게 쉬어야 하는데 오히려 집에서 갈등이 심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결국 이혼까지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아내가 ‘남편과 집에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툼이 많아졌다. 남편이 출근하면 별로 다툴 일이 없었는데 온종일 같이 지내다 보니 다툼이 심해지고 꼴도 보기 싫다'며 이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반대로 남편은 코로나 19 때문에 부득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실직해서 집에 있는 것인데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내가 ‘밖에 나가서 돈 벌어와라!’는 등의 잔소리가 심해서 이혼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

이 변호사는 "재택근무를 오래 하거나 설령 실직되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이로 인하여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서로 간의 막말, 폭언이나 폭행까지 이르는 정도가 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외국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부부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다툼이 심해져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코로나 19로 인해 이혼율이 특별히 증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혼율이 감소하는 추세다"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의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 건수는 모두 10만 7000건으로 전년보다 4000건, 3.9% 감소했다.

통계청에서 분석한 이혼율이 감소한 이유로는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거나, 법원 휴정 권고 등의 이유로 이혼 신청 처리 절차가 길어지며,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준 부분도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위와 같은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 19라는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보니 부부가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부부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계속 같이 지내다 보니 부부가 싸우는 시간이 줄었으며, 회식이나 각종 모임이 줄어든 것이 이혼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외부인과 소통하는 것이 단절되고 있고 친구와 동료들과의 소통이나 공감이 줄어드는 대신 사회적 거리를 의식할 필요가 없는 가족과는 더 믿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례의 아내는 재택근무하는 남편이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데도 구박을 하고 갈등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만약 남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백수 한량처럼 지낸다면 남편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사례처럼 부득이 재택근무를 하고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칭찬과 격려를 해주기는커녕 구박과 무시만 한다면 오히려 갈등을 일으키고 심화시키는 아내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단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자신에게 맞추라고 하면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보고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인정한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재택근무하는 게 보기 싫으니 카페로 가라는 아내 [법알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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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