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 마련…구체적 기준 없어 논란 예상
직업성 질병 범위서 뇌심혈관계 질환 제외…과로사 방치 우려
안전 투자 소홀히 해 사망사고 나면 경영 책임자 처벌한다
내년 1월부터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적정 인력과 예산 등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 예고 기간은 이달 12일∼다음 달 23일이다.

시행령 제정안은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하위 법령에 위임한 내용 등을 구체화했다.

시행령 내용에 따라서는 중대재해법의 적용 범위 등이 달라질 수 있어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와 사업주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 재해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등의 중대 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 산업재해와 관련해 시행령 제정안은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 안전보건 경영 방침 설정 ▲ 유해·위험 요인 점검·개선을 위한 업무 처리 절차 마련 ▲ 안전보건 전문 인력 배치 ▲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 편성 등으로 정했다.

그러나 안전보건을 위한 적정 예산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 기준 등을 정하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편성에 산재 예방을 위한 2인 1조 작업과 신호수 투입 등이 포함되는지도 명시하지 않았다.

안전 투자 소홀히 해 사망사고 나면 경영 책임자 처벌한다
시행령 제정안은 또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직업성 질병에 관해서는 급성 중독 등에 따른 질병의 24개 항목을 규정했다.

직업성 질병의 경우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정부는 "급성으로 발생한 질병이면서 인과관계의 명확성과 사업주 등의 예방 가능성이 높은 질병으로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도 중대재해법상 직업성 질병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제외됐다.

과로가 주원인인 뇌심혈관계 질환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과로사 위험을 방치하게 될 수 있다고 노동계는 우려한다.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공중이용시설은 실내공기질관리법상 '다중이용시설'을 대부분 적용하되 실내 주차장, 오피스텔·주상복합, 전통시장 등은 제외했다.

중대재해법은 공중이용시설과 공중교통수단 등의 결함으로 사망자 1명 등의 재해가 발생할 경우 중대 시민재해로 규정하고 경영 책임자 등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시행령 제정안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20시간 범위에서 안전보건 경영 방안 등에 관한 안전보건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또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중대 재해가 발생해 형이 확정된 경우 해당 사업장 명칭과 소재지, 재해자 현황, 재해 원인, 경영 책임자 등의 의무 위반 사항 등을 관보 등에 1년 동안 게시하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