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최인혁 전 COO 해임·재발방지 기구 구성 등 요구
네이버 사망직원 동료 "갑질 임원에 나도 당했다…우울증 겪어"
최근 직장 내 괴롭힘을 겪던 네이버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네이버 노동조합이 재발방지책 마련과 책임자 해임을 재차 촉구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9일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온라인 단체행동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숨진 직원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나와 임원 A씨의 '갑질'을 고발하고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20년간 네이버 등에서 품질 업무를 해온 박재우 네이버 노조 조직국장으로, "지난해 고인과 함께 악명 높은 '그분'의 직속 조직에 배속돼 일하며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었다"고 증언했다.

박 조직국장은 "말도 안 되는 지시와 면박이 이어졌고, 면담 약속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경력을 포기하고 노동조합 전임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부서를 벗어난 후 평가 기간이 아닌데도 나를 불러 보복성 인사 평가를 했다"며 "몇 개월 후 고인의 부고를 들었을 때는 먼저 부서를 떠난 내가 비겁한 생존자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했다.

노조는 재발 방지를 위해 최근 본사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계열사 대표직에서도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전 COO는 이번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를 내려놨으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 직위는 유지하기로 했다.

노조는 "오늘부터 서명운동을 벌이고, 네이버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찾아가 최 전 COO의 자회사 대표 해임을 안건으로 한 임시 주주총회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 직장 내 괴롭힘 조사·징계기구 노사 동수로 구성 ▲ 조직장에 편중된 인사평가 권한 축소 ▲ 불투명한 차별만 심화하는 보상구조 개편 등을 함께 요구했다.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40대 직원 B씨는 지난 5월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사측은 내부감사 전문업체를 동원해 진상 조사를 실시했으며, 고용노동부 역시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