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가 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직접고용(직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이 시작된 지 7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법조계에서 “자동차 부품사들을 상대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대위아 협력업체 소속 A씨 등 60여 명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낸 고용 의사 표시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현대위아)는 원고(근로자)들에게 고용 의사 표시를 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8일 확정 지었다.

원고들은 현대위아 평택 1·2공장에서 자동차용 엔진 조립 업무 등을 담당한 근로자다. 이들은 현대위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허용하는 파견 범위를 벗어난 ‘불법파견’을 했다며 2014년 직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청 회사가 파견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거나 파견 금지 업무에 사용할 경우 직고용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현대위아 측은 “원고들은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선 1·2심은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대위아가 하청 근로자를 상대로 실질적인 업무 지시를 한 점 등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소속 1·2공장에 파견돼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은 파견 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도급계약에 따르면 협력업체는 원칙적으로 엔진조립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지만, 원고들은 이외 가공업무·출하검사·자재검수·외주검사·공장 청소·도색작업 등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을 확정 지었다. 대법원은 “공정에 필요한 전체 인원이나 공정별 투입 인원에 관한 실질적 작업배치권, 현장 및 휴일근로 지시권 등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노무관리에 관한 결정 권한은 피고에게 있었다”며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자동차 부품사 사내하청이 얽힌 판결인 만큼 관련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대법원에는 포스코, 현대차, 현대제철, 한국GM 등을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들이 계류 중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법 파견 자체는 법원에서 자주 인정돼 왔다”며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사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총 측은 “현대위아의 협력업체는 인사권 행사 등의 독립성을 갖추고 원청과 분리된 별도의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등 국제적인 추세에 부합하지 않는 강한 규제를 부과하고 있어 매우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남정민/김일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