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는 지난 6일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웹’을 활용한 특강을 열었다.  /숙명여대 제공
숙명여대는 지난 6일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웹’을 활용한 특강을 열었다. /숙명여대 제공
거리두기 4단계 상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요즘 같은 때 학생 수백 명이 한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일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메타버스에서의 강의는 요즘 대학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축제, 대입 설명회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장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입시설명회·축제도 가상공간에서

8일 대학가에 따르면 숙명여대는 미국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기업가의 초청 강연을 지난 6일 진행했다. 이 강연은 미국의 스타트업 ‘스페이셜웹’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통해 구축된 ‘숙명 버츄얼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다. 학생 200여 명이 해당 강의를 신청했는데, 5명 정도만 오프라인에서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메타버스를 통해 참여했다.

캠퍼스 생활의 꽃인 축제도 가상공간에서 열렸다. 건국대는 지난 5월 봄 축제를 가상현실(VR) 게임 기업 플레이파크와 함께 정교하게 구현한 가상공간 캠퍼스 ‘건국 유니버스’에서 진행했다. 숭실대도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타운’을 활용해 학교 캠퍼스 건물을 구현하고, 여기에서 축제를 열었다.

전국 최초로 ‘메타버스 입학식’을 개최한 순천향대는 고등학생 대상 입시 설명회도 지난 5~6월 메타버스로 열었다. 2학기에는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매주 연사로 초청하는 대형 교양 강의 ‘피닉스 열린 강좌’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VR’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에서 노사 간 협약식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시설공단은 이날 메타버스 플랫폼인 개더타운을 활용해 ‘노사 합동 청렴 실천 협약식’을 열었다. 노사 관계자 50여 명이 개더타운에 아바타로 입장해 협약식을 지켜봤다.

몰입도 높아 활용 분야 다양

코로나19 확산 걱정 없이 대규모 대면행사를 열 수 있다는 게 대학가에서 요즘 메타버스 활용이 늘어나는 근본 요인이다. 순천향대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100여 명이 넘게 참여하는 대형 강의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때까지는 메타버스 강의가 많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공간에서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제로(0)’라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몰입감을 느낄 수 없다면 활성화가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메타버스 캠퍼스 생활’에 몰입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 분위기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온라인 강의에 많이 활용되는 ‘줌’은 오래 집중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메타버스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 중 상당수는 직접 참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거나 쉽게 몰입할 수 있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했을 때 상당한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메타버스 교육이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양질의 교육을 공간의 제약 없이 수강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는 저서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에서 △이동과 공간의 제한 해결 △전 세계적 교육의 가능성 △차별 없는 교육의 실현 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세계에서는 외모, 성격, 가정환경 등으로 인한 차별이 일어날 수 있는데, 가상현실 속 교실에서는 각자의 아바타로 접속하기 때문에 외모에 구애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남영/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