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시동생 "첫째 조카는 엄마 죽인 사람 용서 말라고 해"
딸 유치원 보내던 엄마 숨진 스쿨존 사고…유가족의 절규
"매일매일 고통의 연속입니다.

(유가족들은) 정신불안과 우울증으로 약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4)씨의 첫 재판이 열린 8일 오전.
인천지법 410호 법정에는 올해 5월 인천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난 사고로 형수를 잃은 유가족 B씨가 형을 대신해 법정에 출석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피해자의 남편이) 재판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 대신 동생이 나왔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배우자를 잃은 형의 동생이고 어린 두 조카의 작은아버지"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미리 써온 의견서를 읽는 내내 울먹였다.

그는 법정에서 "그날 형수님은 둘째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넜고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며 "(운전자가) 브레이크만 밟았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5m가량 끌려가다가 차량 뒷바퀴에서 발견된 형수님은 둘째 조카를 걱정하며 두 눈을 감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눈 시술을 핑계 대는 가해자를 보면서 가족들은 용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행복했던 가정은 사고 이후 한순간에 무너져내렸고, B씨는 지난 2개월간 온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법정에서 떠올렸다.

그는 "형을 비롯한 우리 가족은 아이들을 챙기느라 눈물을 흘릴 겨를조차 없다"며 "첫째 조카는 동네에 사고 소문이 돌면서 유치원을 옮겼고 (엄마와 함께 사고를 당한) 둘째 조카는 수술 후에도 걷지 못하는 데다 심신불안으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첫째 조카는 엄마를 죽인 사람은 어디 있냐면서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한다"며 "둘째는 돌아오지 못하는 엄마가 언제 오는지 계속 묻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하루아침에 행복했던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졌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법과 정의가 바로 서 있는 나라여서 판사님이 우리 피해를 모두 인정해줬다'고 말할 수 있게 가해자에게 엄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황토색 수의를 입고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A씨는 올해 5월 11일 오전 9시 24분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스쿨존에서 레이 승용차를 몰고 좌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의 형수 C(32·여)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유치원에 가기 위해 C씨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함께 건너던 그의 딸(4)도 다리뼈와 두개골이 부러지는 등 전치 6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발생 3일 전 왼쪽 눈 수술을 했고, 차량의 전면 유리 옆 기둥인 'A 필러'에 가려 C씨 모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