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강요하고 영어·한문 시험 치기도"…서울대 "산재 조사 협조"
노조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직장갑질' 당했다"
최근 서울대 교내 휴게실에서 숨진 청소노동자가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노동조합이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학교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안전관리 팀장은 매주 수요일 청소 노동자들의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남성 청소 노동자는 회의 시 정장을, 여성 노동자는 복장을 예쁘게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또 해당 팀장이 청소 노동자들의 밥 먹는 시간을 감시하고 전에 없던 청소 검열을 새로 시행하는가 하면 "볼펜과 메모지를 지참하지 않으면 근무 평가 점수를 1점씩 감점하겠다"며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또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연도 등을 묻는 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점수를 공개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고인이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등 건물이 노후화되고 규모도 커 특히 업무 강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고인의 남편 이모 씨는 "강압적인 태도로 노동자를 대우하지 않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현장에서 발언하던 한 여성 조합원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박문순 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은 "고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이라면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유족과 함께 산업재해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직장 내 갑질을 자행하는 관리자들을 묵인하고 비호하는 학교는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오세정 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노조는 공동 산재 조사단 구성과 안전관리 팀장 파면 등을 요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와 관련된 논의를 할 것"이라며 "시험 출제 등은 직무 교육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불필요하다고 판단돼 앞으로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인의 유족이 산재 신청을 하면 서울대 기숙사와 본부도 관련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며 "근무 환경은 필요한 부분이 확인되면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이모(59)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낮 동안 휴식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평소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8월에도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 노동자가 대학 내 휴게공간에서 휴식 중 사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