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에도 일감 줄어 타격 크지 않아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적용된 부산지역 소기업 사업장(5인 이상 50인 미만)은 코로나19 여파로 일감이 줄어 당분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황회복으로 일감이 늘어난다면 근무시간을 크게 늘릴 수 없어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장인화)는 지난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적용된 지역의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 70여 곳에 대한 긴급 모니터링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발표했다. 현재 소기업은 2019년 기준 전체 사업체의 18%며 근로자수는 38.4%다.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상 기업 대부분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받아 일감이 크게 줄면서, 잔업을 포함한 추가 근무의 필요성이 없어 제도 시행에 따른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사는“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최근 업황 부진으로 일감이 크게 줄면서 잔업이 없어 자연스럽게 주52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열교환기부품을 생산하는 B사도 “업황부진 탓에 오히려 단축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준비가 잘 된 것이 아니라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 주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해도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와 지난 4월의 고용부와 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 공동 조사결과에서 50인 미만의 조사 대상 기업 90% 이상이 주52시간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응답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판단된다고 상의는 밝혔다.

주52시간제를 50인 미만 소기업들이 준비하기에는 여전히 현실적인 애로가 많았다. 금속가공업을 하는 C사는“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사전 신청이 필요하고 특별연장근로 역시 요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D사도 “소기업의 여건상 일감이 일정치 않아 조업시간 조정이 어렵고, 구인난으로 추가적인 채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소기업에서 주 52시간제로 인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임금 감소로 인한 근로자 이탈이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이를 보전해 줄 뾰족한 방법이 없고,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는 잔업 감소로 임금이 크게 줄면서 근무지 이탈 우려가 높다.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E사도 임금이 감소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을 가장 우려했다. 금속구조물을 생산하는 F사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근로시간을 늘려 초과근무 수당으로 임금을 보전하는 게 일반적이라 업종별 직군별 차등 적용을 통한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 상황에서 업황회복으로 일감이 늘어났을 때를 걱정하는 기업도 많았다.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G사는 “향후 일감이 늘어나더라도 근무시간을 크게 늘릴 수 없으면 생산량 감소로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 하다”고 했다.

F사도 하루하루 일감을 예측할 수 없는 소기업의 여건상 일감이 크게 늘면 근무시간 관리가 거의 불가능해 소기업에 대한 집중적 지원책 마련을 호소했다.

부산상의 경제동향분석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감이 줄어 당분간은 소기업들의 주52시간제 적용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업황이 회복되면 문제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기회복 속도와 소기업의 업황을 면밀히 체크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정보에 취약한 소기업들에게 정부가 내놓은 각종 지원책 알리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