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 경제교육을 부유한 선진국 국가들만 한다고 보통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가’를 가르치는 게 목적이라고 보면 오히려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하죠. 경제교육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복지입니다.”정갑영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연세대 17대 총장, 감사원 감사혁신위원장, 한국산업조직학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5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장에 취임했다.정 회장은 “한국은 유일하게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던 나라 중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신한 국가”라며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민할 과제인 ‘번영을 나누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유니세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정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통’ 경제학자다. 한국은행 행원으로 시작해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아 선진 학문을 도입했다. 연세대 총장을 지내고 2016년 정년퇴임한 뒤에도 5년간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학생들을 위한 경제학 교양강좌를 열었다. 작년부터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에게 경제학 기초지식을 널리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달 교양강좌를 마무리하면서 36년간 올랐던 강단에서 이제 완전히 내려왔다”며 “정든 학교를 떠나려니 매우 아쉬웠다”고 했다.정 회장은 유니세프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제3세계의 빈곤 문제를 고민하면서 늘 사회봉사를 꿈꿔왔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세대 미래캠퍼스 부총장 시절 설립한 국제빈곤개발연구원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당시 가봉에서 오신 분이 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저희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우유를 보더니 기도를 올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셨어요. 고국에 돌아가면 가족 다섯이 함께 먹을 수 있는데 혼자만 먹으려니 너무 괴롭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그분의 눈물을 잊지 못합니다.”그는 과거와 달리 해외 국가에 대한 한국인의 기부 문화가 상당히 성숙했다고 평가했다. 개인 후원 규모가 41만 명에 달하고 1인당 평균 후원금액도 3만원이 넘어 미국, 일본, 독일 다음으로 모금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연간 후원액 약 1400억원 중 90%는 개인 후원”이라며 “특히 젊은 연령층이 후원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기부에 더더욱 익숙해지고 있어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그는 “해외뿐만 아니라 한국 내 아동권리 사업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니세프가 진행 중인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회장 재임 기간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겠다”며 “기업들도 유니세프 활동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서창우 한국파파존스 회장(63·사진)은 ‘봉사 경력’이 인생의 절반을 차지한다. 30대 청년 시절 인연을 맺은 국제로타리클럽에서의 봉사활동이 어느새 30년을 맞았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그에겐 이제 또 다른 ‘천직’과 같다.로타리 활동을 하면서 함께해온 사회공헌 활동도 다양하다. 시각장애인 아동들의 축구 활동을 돕는 히딩크재단 이사, 발달장애인들의 올림픽인 ‘스페셜올림픽’ 서울지부 회장 등 가진 직함도 여러 개다. 지난 1일 국제로타리클럽 3650지구(서울지구) 총재직에도 오르면서 그의 ‘봉사 시간표’도 더 바빠졌다.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서 회장은 “젊은 시절 우연히 시작한 로타리 활동이 인생에서 ‘봉사의 기쁨’을 깨닫게 했고 삶도 크게 바뀌었다”며 “올해 3650지구 표어도 ‘봉사로 삶의 변화를’이라는 문구로 정했다”고 말했다.국제로타리는 120만 명의 회원을 둔 세계 최대 민간봉사 단체다. 서 회장이 총재에 오른 3650지구는 국내 로타리지구 중 가장 역사가 깊다. 1927년 결성된 경성로타리를 잇는 만큼 한국의 대표 지구로도 불린다.서 회장은 “처음에는 이른바 ‘나이롱 회원’이었다”고 겸연쩍게 고백했다. 1991년 아버지의 권유로 당시 신설된 교동로타리에 가입했지만 열성적으로 활동하진 않았다. 이후 2003년 남서울지구에 재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영락교회에서 운영하는 ‘애니아의 집’이란 곳으로 목욕 봉사를 갔습니다. 중증장애인 아동의 몸을 그렇게 가까이 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 아이들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주면서 든 뿌듯함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죠.”로타리 활동을 하면서 기업인으로 한 봉사·후원도 다양하다. 한국파파존스는 2006년부터 9년간 히딩크재단의 시각장애우 풋살경기장 13개 건립을 지원했고,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공식 경기도 지원하고 있다. 서 회장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신나게 뛰는 걸 볼 때마다 우리 노력과 정성이 참 보람 있게 쓰였다는 걸 느끼곤 한다”고 했다.서 회장은 올해 국내 지구들이 연합한 봉사활동을 점진적으로 펼쳐나갈 방침이다. 한강 인접 5개 지구와는 한강 정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협의를 마쳤다.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을 위한 벽지 도배, 전기시설 개선 등의 사업도 계획 중이다. 36년간 꾸준히 해오고 있는 소아마비 박멸사업도 범위를 넓혀 인도, 파키스탄 로타리와 연합한 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서 회장은 “코로나19로 대면 봉사는 어려워졌지만 지역사회·기업과의 연합을 통해 더 영향력이 큰 봉사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며 “특히 미래 로타리 회원인 로타랙트 청년 회원들과의 협력도 더욱 긴밀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