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센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일 1만 명 규모의 서울 도심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도 1주일 유예된 시점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 여의도서 대규모 집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통받는 노동자와 민중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여의도에서 열리는 이번 집회는 중대재해 근절 대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경찰에는 지난달 30일 기준 여의도 일대에 총 9명씩 97건(873명)의 집회 신고가 접수됐다. 집회 인원을 9명씩 신고한 것은 서울시 고시에 따라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과 서울시는 실제 집회 현장에서 9명씩의 구분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주노총이 ‘1만 명 집회’를 선언한 만큼 현장에는 이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와 경찰은 민주노총 측에 집회 금지 통보를 했고, 집회가 강행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은 “대규모 상경 불법집회를 개최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선 강력 대처하겠다”며 “전국노동자대회를 취소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사적모임 허용 인원 확대 등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정치적인 목소리와 집회에 대해선 예외로 하며 엄격하게 규제한다”며 금지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 말 “현행 감염병 예방법과 서울시의 집회 제한 고시가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강경 대응’ 여부도 주목

방역당국도 민주노총의 집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한 이때 전국적 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면 우리가 그간 지켜온 방역 노력을 한순간에 수포로 돌릴 수 있다”고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경찰이 앞서 밝힌 대로 이번 집회에 ‘강경 대응’을 펼칠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에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예고하자, 정부는 연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경찰이 철제 바리케이드 약 1만 개와 인력 1만2000명을 동원해 광장 진입을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택배노조의 집회에서는 수천 명의 조합원이 ‘단체 노숙’을 강행했지만 강제 해산 조치가 없었다. “진영에 따라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야외에서 모인다 해도 매우 위험하다”며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와 경찰이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안한 시점에 집회를 강행하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라며 “집회를 통한 감염병 확산으로 식당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