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으려면 먼저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동산 인도 후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던 기존 재개발 사업 관행에 제동 건 첫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A재개발 조합이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 B씨를 상대로 한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A조합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인천 부평구청은 2016년 7월 A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했고, A조합은 사업 계획에 따라 분양을 진행했다. 이 구역에 부동산을 소유한 B씨는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인천시 토지수용위원회는 이듬해인 2017년 5월 B씨 소유 부동산의 수용을 결정했고, A조합은 B씨 앞으로 부동산 손실보상금 2억3000여만원을 공탁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B씨는 부동산 인도를 거부했다.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손실보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1심과 2심은 A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손실보상금을 공탁하고 B씨의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손실보상이 완료됐다고 본 것이다. B씨가 주장하는 이주정착금 등은 사업시행자에게 부동산을 인도하는 대가가 아닌 사회보장적 차원의 돈이라고 봤다. 이 때문에 부동산 인도 전에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주거이전비 등도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해당한다”며 “B씨가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 대상자라면 A조합이 B씨에게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해야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손실보상이 완료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시행자가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로부터 부동산을 인도받은 뒤 주거이전비 등을 지급하는 게 관행이었다”며 “손실보상금뿐만 아니라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도 이행돼야 부동산을 인도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