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변사심의위 발표 빌려 결론
타살혐의·추가 증거 없는데도
'친구 고소건'은 계속 수사키로

최예린 지식사회부 기자
'손정민 사건' 끝났다지만…여론 눈치에 警 "수사 계속"

“손정민 씨 변사사건은 종결하되 사망 전 최종 행적 및 추가 증거 여부를 확인하고 유족의 고소 건을 절차에 따라 수사할 예정입니다.”

지난 29일 서초경찰서가 고 손정민 씨 사건을 2개월여 만에 내사 종결하기로 결론내면서 발표한 내용이다. 사건을 마무리하지만 증거 확보와 손씨의 친구 A씨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내용이다. 손씨의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냈지만 끝까지 여론을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은 손씨 변사 사건의 마무리를 위해 변사사건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기존 규칙에 따르면 위원장은 경찰서 과장이 맡게 돼 있지만 이번 심의위는 서초서장으로 격상했다. 외부 위원도 기존 규칙에서 정한 1~2명이 아니라 4명으로 늘 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종사건으로는 예외적으로 국민적인 관심이 쏠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며 “경찰이 사건을 바로 종결하면 ‘부실 수사’라는 비난이 나올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사 종결을 결정했지만 친구 A씨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기로 했다. 손씨 유족이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손씨의 사망을 타살 혐의점이 없는 변사 사건으로 결론냈음에도 친구 A씨에 대한 수사는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이 여론을 의식하면서 수사해온 두 달 동안 행정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많다. 서초서가 지난 4월 30일부터 강력계 7개 팀을 전부 손씨 사건에 동원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건들은 뒤로 밀렸다. 서초서 관계자는 “손씨 사건을 수사하는 중에 다른 사건들은 사실상 모두 ‘스톱’됐다”며 “본인 사건이 수사되지 않으니 다른 신고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시급한 사건은 형사팀으로 이관해 처리했다지만 7개 팀의 공백을 메꾸기란 쉽지 않다.

경찰의 수사가 길어지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도 계속됐다. ‘손씨와 동석한 친구 A씨가 손씨를 살해했다’는 의혹이다. 손씨 사건이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회원 수는 3만5000명까지 불어났다.

자식을 잃은 유족의 심정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참담할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른 사건에 쓰여야 할 수사인력을 끌어오고, 사건 종결을 미루는 사이 피해자들이 생겨났다.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의 눈치만 보는 수사 방식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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